평소 주식에 관심이 없던 가족들까지 특정 종목을 입에 올릴 정도라면 투자 열기가 이미 정점에 달했다는 의미로, 증권가에서 오랫동안 우스갯소리처럼 회자되는 말이다.
올해는 ‘롤러코스피’라는 신조어까지 생길 정도로 증시에 대한 전 국민적 관심이 증폭한 만큼, 명절 밥상머리에 등장하는 종목들의 향방에 이목이 쏠린다.
26일 매경AX가 과거 추석을 전후해 개인투자자들의 관심이 집중됐던 대표 종목들의 연휴 이후 주가를 살펴본 결과, 명절 밥상에 오를 만큼 투자 열기가 뜨거웠다고 해서 반드시 주가의 고점으로 이어진 것은 아니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실제 일부 종목은 추석을 기점으로 급격한 조정을 받았지만, 실적 개선과 업황 호조가 뒷받침된 종목은 오히려 명절 이후 상승폭을 더욱 키우기도 했다.
비교 시기는 최근 6년 가운데 추석을 전후해 대규모 개인투자 열풍과 맞물려 특정 종목이 증시의 대표 화두로 부상했던 때로 추렸다. 코로나19 이후 ‘동학개미운동’과 삼성전자 투자 열풍이 맞물린 2020년, 이차전지 광풍 속 에코프로가 전 연령대 개인투자자의 매수 1위에 오른 2023년, 코스피 사상 최고치 행진 속 ‘9만전자·40만닉스’가 화제가 된 지난해가 대표적이다.
2020년에는 코로나19 사태 이후 개인투자자들이 국내 주식을 대거 사들이는 ‘동학개미운동’이 확산하면서 삼성전자가 국민주로 떠올랐다.
2020년 추석 직전 마지막 거래일이었던 그 해 9월 29일 삼성전자는 5만8200원에 거래를 마쳤다. 당시 코스피 역시 코로나19 폭락장에서 빠르게 회복해 2327.89까지 올라온 상태였다.
하지만 추석이 상승장의 끝은 아니었다. 한 달 뒤 삼성전자 주가는 5만8100원으로 비슷한 수준에 머물렀지만 12월 29일에는 7만8300원까지 뛰었다. 추석 직전과 비교하면 3개월 만에 약 34.5% 오른 셈이다.
이듬해 3월 29일에는 8만1600원까지 올라 추석 직전보다 약 40.2% 높은 수준을 기록했다. 명절에 주식 이야기가 나올 만큼 투자 열기가 뜨거웠지만 적어도 삼성전자만 놓고 보면 당시가 꼭지는 아니었던 셈이다.
추석 연휴 직전인 지난해 10월 2일 코스피는 사상 처음 3500선을 돌파해 3549.21에 거래를 마쳤다. 삼성전자는 장중 9만300원까지 오르며 약 4년9개월 만에 ‘9만전자’를 탈환했고, SK하이닉스도 장중 40만4500원을 찍으며 사상 최고가를 새로 썼다.
당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오픈AI의 인공지능 인프라 프로젝트 참여에 따른 HBM 수요 확대 기대를 한 몸에 받았다. 추석을 코앞에 두고 주가가 급등하면서 ‘9만전자’와 ‘40만닉스’가 자연스럽게 명절 증시의 화두로 떠올랐다.
그러나 이때도 명절이 꼭지는 아니었다. 추석 직전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종가는 각각 8만9000원과 39만5500원이었다. 이후 한 달 뒤에는 각각 11만1100원과 62만원으로 움직였다. 6개월 뒤 주가는 각각 17만8400원, 83만원에 달했다.
2023년 추석 밥상머리의 인기 주제는 단연 ‘이차전지’였다. 그 중에서도 특히 에코프로는 개인투자자들의 집중적인 매수세에 힘입어 그해 ‘황제주’에 등극하며 투자 열풍의 중심에 섰다.
실제로 당시 키움증권이 연초부터 2023년 추석 전 주인 그해 9월 22일까지 약 9개월간 개인투자자 매수 현황을 분석한 결과, 20대부터 70대 이상까지 거의 모든 연령대에서 에코프로가 매수금액 1위를 차지했다. 연초 이후 수익률은 약 829%에 달했다.
그러나 추석을 지나면서 분위기가 달라졌다. 에코프로는 추석 직전 17만6780원에서 한 달 뒤 12만4589만원으로 고꾸라졌다.
불과 몇 달 전까지 개인투자자들의 집중적인 관심을 받았던 종목이 명절을 기점으로 조정 국면에 접어들면서 ‘모두가 주식을 이야기할 때가 꼭지’라는 속설이 맞아떨어진 사례가 됐다.
결국 과거 사례만 놓고 보면 ‘명절 밥상에 오르면 꼭지’라는 속설이 매번 들어맞은 것은 아니었다. 오히려 시장을 이끄는 산업의 실적 개선이 뒷받침된 경우에는 대중의 관심이 최고조에 달한 뒤에도 주가 상승세가 상당 기간 이어졌다.
전문가들도 단순히 개인투자자의 관심이 커졌다는 이유만으로 고점을 판단하기는 어렵다고 설명한다. 주가가 단기간 급등한 상황에서는 과열 여부를 살펴볼 필요가 있지만, 결국 상승세의 지속 여부를 결정하는 것은 기업 실적과 밸류에이션, 수급 등 펀더멘털이라는 것이다.
양일우 삼성증권 연구원은 “투자자들의 관심이 크게 높아졌다는 사실만으로 주가가 고점에 도달했다고 판단하기는 어렵다”며 “결국 주가 상승세가 이어질 수 있는지는 기업의 이익 전망과 이를 반영한 밸류에이션 등 펀더멘털을 함께 확인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