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1월 가상자산 과세 시행을 약 3개월 앞두고 국민의힘이 과세 시기를 포함한 제도 전반을 재검토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금융투자소득세가 폐지된 상황에서 가상자산 투자 소득에만 세금을 부과하는 것이 자산 간 과세 형평성에 부합하는지 따져봐야 한다는 것이다.

해외 거래소와 개인 지갑을 거친 가상자산의 취득가액 확인 문제와 스테이킹·탈중앙화금융(디파이) 등 새로운 거래 유형에 대한 과세 기준도 주요 쟁점으로 떠올랐다.

21일 국민의힘은 서울 여의도 국회 본관 국민의힘 정책위의장실에서 국내 5대 가상자산 거래소 대표들과 ‘디지털자산 과세제도 개선 정책간담회’를 개최했다.

이번 간담회는 내년 1월 1일 시행 예정인 가상자산 과세제도의 준비 상황을 점검하고 거래소 현장에서 제기되는 문제점을 청취하기 위해 마련됐다.

이날 간담회에는 정점식 국민의힘 원내대표와 임이자 정책위의장, 서일준 국회 정무위원회 간사, 배준영 재정경제위원회 간사를 비롯한 정무위·재경위 소속 의원들이 참석했다.

업계에서는 오경석 두나무 대표, 이재원 빗썸 대표, 오세진 디지털엑스 대표 등 국내 가상자산 거래소 대표들이 참석했다. 국내 가상자산 거래소 공동협의체(DAXA·닥사)에서도 김재진 상임부회장 등 관계자들이 참석해 가상자산 과세제도 개선 방향을 논의했다.

정점식 원내대표는 이날 모두발언에서 “소득이 있는 곳에 과세한다는 원칙은 중요하지만, 시행을 불과 몇 달 앞둔 지금 과연 디지털자산에 대해 공정하고 정확하게 과세할 수 있는 제도와 시스템이 충분히 준비돼 있는지 다시 한번 꼼꼼히 살펴봐야 한다”고 밝혔다.

정 원내대표는 특히 해외 거래소나 개인 지갑을 거친 거래의 취득가액과 거래 내역을 정확하게 확인하기 어렵다는 점을 지적했다. 새로운 형태의 거래에서 발생하는 소득과 손실을 어떤 기준으로 과세에 반영할 것인지도 명확하게 정리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과세 시행에 따른 청년 투자자들의 부담도 강조했다. 정 원내대표는 “치솟은 물가와 꽉 막힌 취업문, 근로소득만으로는 내 집 마련조차 쉽지 않은 현실 속에서 수많은 청년 세대가 디지털자산 시장에 참여하고 있다”며 “이러한 청년들의 현실을 외면한 채 충분한 준비 없이 과세를 서두른다면 그 혼란과 부담은 결국 청년 투자자들에게 대부분 돌아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어 금융투자소득세가 이미 폐지된 상황에서 가상자산에 현행 과세 체제를 적용하는 것이 자산 간 과세 형평성에 부합하는지도 살펴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 원내대표는 “디지털자산 산업의 제도적 기반이 아직 충분히 갖춰지지 않은 상황에서 과세 일정만 예정대로 추진하는 것이 적절한지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정부가 정해진 날짜에 맞춰 세금을 걷는 데 그치지 않고 누구나 예측할 수 있는 공정한 기준을 마련해 현장에서 제대로 집행할 수 있도록 준비해야 한다는 취지다.

그는 “국민의힘은 과세 시기를 포함해 어떤 부분을 다시 살펴봐야 하는지, 합리적인 과세를 위해 무엇을 보완해야 하는지 면밀하게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임이자 국민의힘 정책위의장도 과세 인프라 미비와 자산 간 과세 형평성 문제를 집중적으로 제기했다.

임 정책위의장은 “당초 2022년 시행 예정이었던 과세가 세 차례 유예됐지만 현장에서는 여전히 과세를 시행하기 위한 제도와 시스템이 충분히 준비되지 않았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해외 거래소나 개인 지갑에서 국내 거래소로 들어온 가상자산을 대표적인 문제 사례로 꼽았다. 해당 가상자산을 언제 얼마에 취득했는지 정확하게 확인하기 어려운 경우가 있어 과세소득을 산정하는 데 필요한 기초자료를 확보하는 체계부터 점검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임 정책위의장은 “얼마에 샀는지를 알아야 얼마를 벌었는지 계산하고 세금을 매길 수 있는데, 그 기본적인 과세 자료를 확인할 체계가 아직 충분하지 않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비거주자에 대한 과세와 새로운 거래 유형에 적용할 과세 기준도 시행 전에 명확히 해야 할 과제로 지목했다. 그는 납세자가 무엇에 세금이 부과되고 얼마를 납부해야 하는지 예측할 수 있어야 한다며 준비되지 않은 과세를 서둘러 시행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현행 소득세법상 가상자산의 양도·대여로 발생한 소득은 금융투자소득이 아닌 기타소득으로 분류된다. 연간 소득금액에서 250만원을 공제한 뒤 초과분에 20%의 소득세를 부과하도록 설계됐다. 지방소득세까지 포함하면 적용 세율은 22%다.

2027년 1월 1일 이후 발생하는 가상자산 양도·대여 소득이 과세 대상이며, 투자자는 연간 손익을 통산해 이듬해 5월 신고·납부해야 한다.

임 정책위의장은 “가상자산 과세제도가 처음 설계됐을 당시와 지금은 상황이 많이 달라졌다”며 “당시 함께 추진했던 금융투자소득세는 폐지됐고 현재 국내 상장주식을 장내에서 거래하는 소액 투자자의 양도차익에는 세금을 부과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가상자산 투자 소득에만 과세가 예정돼 있는 만큼 자산 간 과세 형평성 문제를 충분히 검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가상자산 과세는 2020년 관련 세법 개정으로 도입됐으며 당초 2022년부터 시행할 예정이었다. 이후 시행 시기가 2023년과 2025년으로 두 차례 연기됐고, 2024년 말 소득세법 개정에 따라 2027년으로 세 번째 유예됐다. 금융투자소득세는 2024년 말 폐지됐다.

현행 제도에서는 2027년 1월 1일 이전에 이미 보유한 가상자산의 취득가액을 2026년 12월 31일 당시 시가와 실제 취득가액 중 큰 금액으로 인정한다.

과세 시행 이후 취득한 가상자산의 실제 취득가액을 확인하기 어려운 경우에는 일정 요건에 따라 양도가액의 최대 50%를 필요경비로 인정할 수 있도록 했다.

다만 이러한 법적 보완 장치가 마련돼 있다는 사실과 실제 거래 현장에서 납세자의 취득가액을 확인하고 증빙할 수 있는지는 별개의 문제다.

해외 거래소와 개인 지갑을 거쳐 여러 차례 이동한 자산의 취득 내역을 국내 거래소가 어느 범위까지 확인할 수 있는지, 납세자가 관련 자료를 제출하지 못할 경우 어떤 기준을 적용할 것인지 등이 시행 과정에서 문제가 될 수 있다.

스테이킹과 디파이 등 새로운 거래 유형에 대한 과세 기준도 논의 대상에 올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