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 18일 미국에서 두 개의 숫자가 나왔다. 30년 만기 국채금리가 장중 5.33%까지 올라 2007년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고, 같은 날 미 연방정부의 총부채는 40조달러를 넘어섰다. 직전 1조달러가 늘어나는 데는 다섯 달밖에 걸리지 않았다.
두 숫자는 무관하지 않다. 빚이 늘수록 돈을 빌려주는 쪽은 더 높은 이자를 요구한다. 채권은 값이 떨어질수록 금리가 오른다. 바로 다음 날 미 재무부는 국채 바이백(정부가 이미 발행한 국채를 다시 사들이는 조치) 규모를 회당 20억달러에서 최소 40억달러로 두 배 이상 늘리겠다고 발표했다. 세계에서 가장 신뢰받는 채무자가 자기 채권시장을 달래러 나선 셈이다. 시장에서는 방만한 재정에 국채 매도로 경고하는 ‘채권 자경단’이라는 오래된 표현이 다시 등장했다.
미국만의 일이 아니다. 영국·프랑스·독일의 장기금리는 10여 년 만의 고점으로 올라섰고, 세계에서 가장 싼 돈을 공급해온 일본의 장기금리도 수십 년 만의 최고 수준에 도달했다. 특정 중앙은행의 정책 실수만으로 설명할 수 없는 움직임이다. 세계의 돈값 자체가 달라지고 있다는 신호다. 남의 나라 이야기로 들리겠지만 이 변화는 이미 서울의 대출금리 고지서에도 도착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