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멕시코=심영재 특파원] 미국의 7월 비농업 고용이 예상 밖 감소했지만 이를 경기 약화가 아닌 인공지능(AI)이 이끄는 ‘생산성 혁명’의 결과로 봐야 한다는 분석이 나왔다. 릭 리더 블랙록 글로벌 채권 최고투자책임자(CIO)는 기업들이 인력을 늘리지 않고도 생산을 확대하는 구조로 이동하고 있다며 미국 경제가 명목 국내총생산(GDP) 기준 6% 성장 궤도를 유지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고용 부진하지만 경제 약화와는 달라”
블룸버그는 7일(현지시각) 리더 CIO가 미국의 고용 감소를 경제 약화보다 생산성 향상의 결과로 평가했다고 보도했다.
리더 CIO는 블룸버그TV 인터뷰에서 미국 노동시장에 대해 “전반적으로 인상적이지 않다”며 “데이터가 얼마나 평범한지가 오히려 놀라울 정도”라고 말했다.
미국 노동통계국(BLS)에 따르면 7월 비농업 고용은 2만3000명 감소했다. 5월과 6월 고용도 합계 10만3000명 하향 조정됐다.
실업률은 노동시장 참가율이 계속 떨어지는 가운데 4.1%로 하락했고 임금 상승률도 둔화했다.
그는 기업들이 인력을 추가하지 않고도 생산량을 늘리는 방법을 배우고 있다고 분석했다. 직장에서 AI 도입이 확대되고 기업들이 운영 효율성을 중시하는 가운데 이민이 급감하면서 가용 노동력 자체도 줄어들고 있다는 설명이다.
리더 CIO는 이를 바탕으로 미국 경제가 명목 GDP 기준 6% 성장 궤도를 이어갈 수 있다고 전망했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리더 CIO가 언급한 전망은 물가 효과를 제거하기 전인 경상가격 GDP를 기준으로 한다. 미국 경제분석국(BEA) 자료에서 7월 기준 해당 지표의 연율은 7.87%였고 실질 GDP는 1.5%였다.
생산성 지표도 그의 주장에 힘을 보탠다는 분석이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미국 노동생산성은 최근 16개 분기 가운데 한 차례만 감소했다.
“금리 올린다고 끈적한 물가 해결 안 돼”
리더 CIO는 고용시장뿐 아니라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통화정책에도 기존과 다른 접근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그는 의료와 보험, 교육 등에서 지속되는 물가 압력을 억제하는 데 연방기금금리를 올리는 방식은 효과적이지 않다는 기존 견해를 재확인했다.
리더 CIO는 “하루짜리 연방기금금리를 움직인다고 실제로 해결될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며 “우리는 이전에도 그것을 봤다”고 말했다. 그는 통화긴축보다 규제 완화와 주택 인허가 개혁, 학자금 부채 경감 등 재정·정책 수단이 물가를 낮추는 데 더 효과적일 수 있다고 주장했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월가는 이날 고용보고서가 연준의 금리인상 압력을 낮춘 것으로 해석했다.
리더 CIO는 연준이 선호하는 물가지표가 2%대 후반까지 둔화한다면 올해 금리인하도 가능하다고 전망했다.
다만 한 차례의 부진한 고용지표만으로 연준의 판단이 바뀌지는 않을 것으로 봤다. 연준 정책당국자들이 노동시장보다 인플레이션에 더 집중하고 있다는 이유다.
그는 “현재 금리를 올리는 것은 별로 타당하지 않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채권은 ‘지루하게’…위험은 주식에서
리더 CIO는 최근 채권금리 상승으로 신용도나 유동성을 희생하지 않고도 자신이 운용하는 펀드에서 6%대 후반의 수익률 목표를 달성할 수 있게 됐다고 설명했다. 그는 “채권에서는 가능한 한 지루하게 가려고 한다”며 위험은 주식에서 감수하고 있다고 말했다.
채권 투자에서는 유럽 채권과 신흥시장, 상업용 부동산 및 자산유동화증권(ABS)을 포함한 유동화 자산을 선호한다고 밝혔다.
리더 CIO는 시장에 쏟아지는 공급 물량을 이유로 투자등급 회사채 시장이 “전혀 흥미롭지 않다”고 평가했다. 블룸버그는 이번 주 알파벳의 250억달러 규모 채권 발행을 공급 증가의 사례로 들었다.
리더 CIO의 시각에서 미국 고용 감소는 단순한 경기 둔화 신호가 아니다. AI와 운영 효율화로 기업들이 고용을 크게 늘리지 않고도 생산성을 높일 수 있다면 고용과 경제성장의 관계 자체가 달라질 수 있다는 분석이다.
이에 따라 연준에도 새로운 문제가 제기된다. 고용은 약해지고 있지만 생산성이 경제성장을 지지하는 상황에서 금리인상이 필요한지 여부다. 리더 CIO는 현재로서는 추가 인상보다 생산성 향상이 만들어내는 성장 흐름에 무게를 두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