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미투자 MOU 체결 임박
원전 8기에 1200억弗 전망
韓 원전 생태계 '낙수 효과'
텍사스에 6.3GW 복합발전
생산 전력은 데이터센터로
트럼프 후원자가 개발 주도
7일 정치권과 관계 부처 등에 따르면 대미투자 1호로 유력한 '엔시날 프로젝트'는 엔시날에 총 6.3GW 규모의 가스복합화력발전소를 조성하는 사업으로 알려졌다. 통상적인 가스복합발전 사업에 비해 발전량 자체가 대규모인 셈이다.
다만 발전소는 단계적으로 건설될 전망이다. 먼저 1.4GW 규모의 가스터빈 발전설비를 구축한 뒤 발전효율이 높은 4.9GW 규모의 복합화력설비를 순차적으로 증설할 것으로 예상된다. 초기 설비를 가동하면서 실제 전력 수요와 경제성을 점검한 뒤 추가 투자에 나서는 방식으로 투자 부담을 줄이려는 구상이다. 사업에는 미국 에너지 기업 '루이스에너지그룹'이 참여한다.
한미 양국은 해당 발전소에서 생산한 전력을 텍사스 전력시장에 판매하거나 인근 AI 데이터센터에 직접 공급하는 방안을 함께 검토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인프라스트럭처 투자 업계에 따르면 복합화력발전시설과 데이터센터로 구성된 프로젝트는 '데이터센터 개발사'가 핵심이다. 가스복합발전소는 전력을 데이터센터 개발사에 판매하고, 개발사는 빅테크 같은 기업들을 임차인으로 확보한다. 통상 발전소는 개발사와 장기 전력구매계약(PPA)을 체결해 안정적인 매출을 확보한다.
프로젝트파이낸싱(PF)을 통해 대출을 일으킬 때도 전력 구매자인 데이터센터 개발사의 재무 능력과 신용도가 충분히 검증돼야 한다는 설명이다.
이번 데이터센터 프로젝트는 미국의 데이터센터 개발업체인 '릴레이티드 디지털(Related Digital)'이 주도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릴레이티드 디지털은 부동산 개발회사 릴레이티드 컴퍼니즈가 설립한 데이터센터 개발·투자 플랫폼이다.
릴레이티드 컴퍼니즈는 부동산 재벌 스티븐 로스가 1972년 창업한 회사로 로스는 지금도 비상임 회장을 맡고 있다. 그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오랫동안 친분을 유지해온 후원자로 꼽힌다. 2019년에는 뉴욕주 햄프턴스 자택에서 트럼프 대통령을 위한 고액 모금행사를 주최했다. 트럼프타워를 담보로 대출을 제공한 래더캐피털의 지분도 약 5% 보유하고 있다.
이와 관련해 한미 양국은 미국에 복수의 대형 원전을 건설하는 방안을 논의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논의가 구체화되면 이달 체결될 것으로 보이는 양국 간 양해각서(MOU)에 대형 원전 8기를 짓는 계획이 포함될 것으로 전망된다. 장기적으로 한국이 미국에 단행하는 원전 관련 투자 규모가 1200억달러에 이를 수 있다는 예상도 나온다. 전체 대미투자펀드(2000억달러)의 60%에 이르는 규모다.
정부 안팎에서는 대미투자펀드의 절반 이상이 원전에 투자되는 데 대해 한국에 긍정적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대미투자 후속 프로젝트로 거론되는 CCUS(탄소 포집, 이용 및 저장), 사용후핵연료 재활용 등에 비해 한국이 부가로 얻을 장점이 비교적 분명하기 때문이다. 전력요금을 설정하면서 '상업적 합리성'을 검토하기가 용이하고, 한국 기업들이 프로젝트에 납품하거나 직접 건설에 참여하는 효과를 누릴 수도 있다는 분석이다. 또 원전 협력이 구체화되는 가운데 미국의 원전 지식재산권 업체인 웨스팅하우스가 기업공개(IPO)를 할 때 한국이 일부 지분을 인수하는 방안이 현실화될 가능성도 높아졌다.
물론 원전 프로젝트는 아직 논의가 초기 단계여서 큰 틀의 협력 방안만 담길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이날 진행된 산업통상부의 국회 보고에서도 텍사스 프로젝트를 제외한 나머지 사업은 진행 상황만 전달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대미투자 1호 프로젝트를 논의한 당정 협의에는 국회 재정경제기획위원회와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을 비롯해 박정성 산업부 통상교섭본부장과 대미 협상 실무진이 참석한 것으로 전해졌다. 한미 양국은 이르면 오는 18일 양해각서에 최종 서명하는 절차를 밟을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산업부와 민주당 측은 대미투자 세부 내용에 대해 "현재 한미 간 협의를 진행 중으로 구체적인 사항은 정해지지 않았다"고 신중한 태도를 유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