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쟁회사인 한국 메모리 반도체 회사들의 천문학적인 성과급에 경쟁사인 미국 기업 마이크론의 직원들이 뿔났습니다. 특히 대만에 있는 마이크론 직원들은 처음으로 단체 행동에 나서고 파업까지 돌입했는데요. 대만에 있는 마이크론 팹에서 마이크론 전체 D램의 65% 이상이 생산되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뚜껑을 열어보니 대만 직원들의 보상이 크게 늘어나기는 하지만 한국 삼성전자, SK하이닉스와 보상 격차는 너무나 큽니다. 또한 대만에서 처음 일어난 반도체 기업의 파업에 겨우 11명이 참여했다고 합니다. 왜 한국과 달리 대만의 파업 효과는 크지 못했던 것일까요.
경쟁사인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직원들이 영업이익의 10%에 달하는 성과급을 받는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대만에서도 노조의 집단 행동이 벌어졌습니다. ‘한국이 K-성과급까지 수출했다’는 우스갯소리도 나왔습니다.
현대 대만 마이크론 노조의 파업은 절반은 해결됐고 절반은 미해결 상태입니다. 이번에 이슈가 된 대만 마이크론의 공장이 두 곳인데 각각 노조가 다르기 때문입니다. 대만 섬 중부 타이중과 북부 타오위안 두곳인데 타이중은 구 렉스칩, 타오위안은 구 이노테라를 마이크론이 각각 2013년과 2016년 인수하며서 편입하게된 공장입니다. 타이중이 직원수 약 1만2000여명으로 약 3000명 수준인 타오위안 공장보다 훨씬 크고, 노조원 수도 많습니다.
타이중의 경우 21일 회사와 노조가 합의를 보면서 파업을 피하게됐고, 타오위안은 노조가 합의안을 거부하고 파업에 들어갔습니다.
하지만 타오위안의 경우 11명의 노조간부들만 참여해 24시간만 이뤄진 것이어서 실제 파업이라기보다는 상징적인 ‘이벤트’였습니다. 이는 역사상 최초로 대만 반도체 기업이 파업에 들어간 사례라고 합니다.
그런데 이미 회사와 합의에 도달한 타이중 노조의 성과급 보상안을 보면 한국 기업들에 비해 훨씬 못하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지난 7일 삼성전자 초기업노조는 공지를 통해 사업부별 성과급 예상 지급액을 안내했습니다. 연봉 8000만원 초반 직원 기준으로 메모리사업부는 약 7억5000만원의 성과급을 받을 것이라고 안내했습니다.증권가의 연간 영업이익 컨센서스 약 370조원을 기준으로 한 것입니다.
반면 타이중 노조가 공개한 연간 총 보상을 보면 연 223만 대만달러(약 9000만원)을 받는 중고급 엔지니어는 협상 이후 600만 대만달러(약 2억5000만원)를 받는 것으로 나옵니다. 즉, 1억5000만원 정도를 성과급으로 더 받게되는 것입니다. 삼성전자 노조원들에 비하면 5분의 1에 불과한 것입니다.
어째서일까요? 한국 메모리 반도체 기업과 마이크론은 동일하게 이익에 비례한 성과제를 도입했는데요. 마이크론은 세후이익에서 다음 분기 예상 자본적지출(CAPEX)을 차감하고, 그 숫자에서 성과급을 계산합니다. 우리 반도체 기업들은 세후이익도 아닌 영업이익에서 10%라는 비율을 노조에 성과급으로 지급합니다. 마이크론은 순이익에서 자본지출을 위한 금액을 제외하고 지급합니다. 반도체 팹 투자를 위한 자금은 뺀 것을 기준으로 지급한다는 뜻입니다. 이는 거꾸로 말하면, 기업의 미래를 위해 투자할 돈과 주주들에게 갈 돈이 한국에서는 노동자들에게 더 간다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습니다.
단순계산하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에서는 기업이 버는 돈의 10%가 노동자들에게 가지만, 대만 마이크론에서는 5분의 1인 2% 정도만 가는 것으로 추정해볼 수 있습니다. 가장 최근 분기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마이크론 분기 영업이익이 각각 107조원(성과급 충당 후), 77조원(성과급 충단 후), 60조원(성과급 충당 전)이라는 것을 감안하면 한국 기업들이 노동자들에게 많은 보상을 준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보상제도에서도 다른 점이 발견됩니다. 마이크론은 직원별 기본 보상의 차이가 크고, 단순 생산직은 한국의 생산직보다 보수가 훨씬 낮습니다. 타이중 노조가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생산라인 직원은 성과급 적용시 총 보수가 63만 대만달러(2565만원)에 불과했습니다. 이번 협상으로 223만 대만달러(9000만원)에 달하는 총 보수를 받게되지만, 삼성전자 생산직의 초봉이 5000만원 정도이고, 성과급으로 수억원을 받는 다는 것을 감안하면 한국과 격차는 어마어마하게 크다고 볼 수 있습니다.
마이크론의 경우 성과급중 절반은 현금으로, 절반은 주식으로 주는데 현금 성과급은 매 분기에 지급하고, 주식은 매 분기 계산을 거쳐 1년에 한번 지급하는 것이 특징입니다.
이렇게 보면 마이크론 타오위안 노조가 불만을 가지는 것도 이해가 됩니다. 타이중 노조의 합의안은 전세계 마이크론 직원들에게 공통적으로 적용되기 때문입니다. 상대적으로 조합원 수가 적은 상황에서 정치적인 선명성을 드러내기 위해 타오위안 노조가 파업에 들어간 것으로 볼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어째서 마이크론의 성과급은 훨씬 낮을까요? 당연히 협상력이 떨어지기 때문일 것입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경우 두 회사간 이직이 훨씬 쉽습니다. 대부분의 제조시설이 대한민국 수도권과 인근에 몰려있고, 공통적으로 한국어를 쓰기 때문입니다.
반면 마이크론은 대만 내에 경쟁사가 있지만 훨씬 작은 회사인 난야입니다. 아니면 중국기업으로 가야합니다. 한국 기업으로 간다고 해도 언어와 기술적인 문제때문에 장벽이 있는데다가 기술에서도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앞서있기 때문에 마이크론의 직원을 한국으로 데려올 이유도 없습니다.
노사관계 문화가 다른 것도 중요한 이유입니다. 대만은 한국보다 노동자의 해고가 쉬운 편이며, 노사 분규 자체도 많지 않다고 합니다. 그래서 이번 파업은 대만의 국가 기간 산업인 반도체 산업에서 이뤄진 첫 파업이었다고 합니다. 그래서 대만 언론들의 관심을 받았습니다. 그나마 이번 파업이 해외기업인 마이크론에서 이뤄진 것이라 가능했지만, 대만의 삼성이라고 할 수 있는 세계 1위 파운드리 기업 TSMC 이었다면 절대 불가능했을 것이라는 설명도 나옵니다. 한국과 대만의 반도체 기업 노조 파워를 비교해보면 한국이 상대적으로 강해보입니다.
한국 삼전닉스에서 시작되어서 미국과 대만까지 수출된 K-성과급이 오히려 두 국가의 차이를 보여주는데요. 아직 타오위안 노조의 파업이 종료되지 않았기 때문에 이 사태는 더 지속될 가능성도 있습니다. 대만의 경우 노동자들의 지나치게 낮은 임금이 사회적인 문제로 부각되고 있기 때문에 K-성과급이 대만 사회 전반의 임금 상승으로 이어질지도 모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