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국채금리가 잇달아 연 5%를 넘고 있다. 미국채 30년물은 지난 7월 5%를 넘어 현재 5.5%까지 올랐다. 장기 기준금리 역할을 하는 10년물 금리는 9월16일 5%를 돌파했고 미국채 5년물 금리는 24일 5%를 넘어섰다. 이 같은 추세라면 미국채 3년물, 1년물 금리도 조만간 5%를 넘어설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심상찮은 미국채 금리의 상승 움직임에 금융 시장이 잔뜩 긴장하고 있다. 세인트루이스 연방준비은행 경제 데이터(Fred)에 따르면 1962년부터 2026년까지 미국채 10년물의 평균 금리는 5.8%다. 하지만 미국의 고금리는 1980-90년대에 만연했었고 2000년 이후에는 본격적인 저금리 시대가 진행돼왔다. 이 때문에 미국채 금리가 5%를 넘었다는 것은 본격적인 고금리 시대가 열렸음을 의미한다. 미국에서 고금리 시대가 진행된다는 사실이 시사하는 바는 간단치 않다.

미국 국채는 미국의 자존심이다. 국채 금리가 오른다는 것은 국채값이 떨어진다는 얘기다. 특별한 이유 없이 미국 정부가 보증하는 채권값이 떨어진다는 것은 미국의 힘이 예전 같지 않다는 점을 반영한다.

금리가 오르는 이유도 묘하다. 미국과 이란간의 전쟁이 발발하기 직전인 2026년 2월27일 미국채 10년물 금리는 연 3.97%였다. 전쟁이 발발하면서 국채 금리는 꾸준히 올랐다.

전쟁과 금리간의 관계는 제각각이었다. 2001년 9·11테러 직후 발생한 아프가니스탄 전쟁이나 2003년 이라크 전쟁 때는 금리가 이처럼 오르지 않았다. 반면 1960년대 후반 미국이 베트남 전쟁에 참여해 고전하던 시기에는 미국 금리는 큰 폭으로 올랐다. 미국이 전 세계에 힘을 과시할 때는 금리가 오르지 않았지만 미국이 고전하는 전쟁이 벌어질 때는 금리가 여지없이 올랐다.

중국과의 관계도 예전 같지 않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9월24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을 미국 워싱턴으로 불러 지극한 환대를 제공하면서 정상회담을 진행했다. 트럼프가 본격적인 중국 달래기에 나섰지만 시 주석의 태도는 썰렁했다. 트럼프 집권 1기 미국이 도발한 무역 전쟁에 벌벌 떨던 중국의 모습이 아니었다. 11월 중간선거로 다급해 하는 트럼프와 호락호락하지 않은 중국의 태도를 전 세계에 보여준 회담이었다는 평가다. 공교롭게도 이 기간 미국 국채금리는 연일 오름세를 보였다.

미국 국채의 수급 상황도 고금리를 부추기고 있다. 미국 국채가 대접을 받으려면 탄탄한 수요가 받쳐줘야 한다. 중국 일본 유럽 등 세계 각국은 한때 앞 다퉈 미국 국채를 사들이려고 경쟁했었다. 하지만 올해 들어서 미국 국채는 애물단지로 전락한 모습이다.

일본의 미국 국채 보유량은 지난해 말 1조1855억 달러에서 2026년 7월에는 1조1039억 달러로 816억 달러나 줄었다. 중국도 같은 기간 미국 국채 보유량이 664억 달러나 감소했다. 프랑스 대만 한국 등 다른 나라들도 미국 국채를 팔고 있다. 정치적으로 긴장 관계를 유지하는 중국뿐만 아니라 우방국인 일본 프랑스 같은 나라들까지 미국 국채를 거부하고 있다. 영국이 나서서 미국 국채를 대거 사들였지만 꼬여버린 수급을 바로잡기에는 역부족이다.

특히 민간 부분보다 미국을 제외한 나라들의 정부와 공공기관이 공격적으로 미국 국채 보유량을 줄였다. 민간을 포함한 전체 외국인이 보유한 미국 국채 양은 올해 들어 214억 달러 줄었지만 외국 정부와 공공기관이 보유한 미국 국채는 1046억 달러나 급감했다. 이런 상황에서 미국 국채가 제값을 받기는 어렵다. 미국 국채 값은 떨어지고 금리는 오르는 현상이 이상하지 않은 형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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