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록미디어 오수환 기자] 미국의 7월 물가 상승률이 시장 예상에 부합하면서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추가 금리 인상 우려가 완화됐다. 그러나 시장의 안도감이 비트코인 상승으로 이어지지는 않으면서 최근 5주간 지속된 박스권 흐름을 벗어나지 못했다.
13일 오전 8시17분 기준 국내 디지털자산(가상자산) 거래소 업비트에서 비트코인(BTC)은 전날 오전 9시 대비 0.04% 하락한 8960만원에 거래됐다. 글로벌 거래소 바이낸스에서는 0.28% 내린 6만3343달러를 기록했다. 같은 시각 이더리움(ETH)은 0.19% 하락한 1874.08달러, 엑스알피(XRP)는 1.70% 내린 1.001달러에 거래됐다.
코인글래스에 따르면 지난 24시간 동안 비트코인에서 약 2107만달러(약 298억원) 규모의 포지션이 청산됐다. 이 가운데 약 51%는 숏(매도) 포지션이었다. 전체 디지털자산 시장에서는 약 1억6721만달러(2341억원) 규모의 청산이 발생했다.
물가 지표가 예상보다 높게 나오지 않으면서 시장에서는 연준의 9월 금리 인상 가능성이 낮아졌다. 단기 미국 국채가 강세를 보인 가운데 금융시장이 반영하는 9월 금리 인상 가능성은 50% 아래로 떨어졌다.
게리 슐로스버그 웰스파고 인베스트먼트 인스티튜트 글로벌 전략가는 이번 CPI와 예상보다 부진한 고용지표가 “9월 매파 성향의 연준 인사들을 억제할 수 있다”고 평가했다.
다만 중동 분쟁에 따른 유가 변동성과 견조한 경기, 인공지능(AI) 투자 확대에 따른 근원 물가 압력을 고려하면 단기 인플레이션에 대한 경계는 여전히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앞서 발표된 미국 고용지표에서 노동시장 둔화 신호가 나타난 점도 금리 인상 전망을 낮추는 요인으로 작용했다. 7월29일 연준 회의에서는 3명의 위원이 정책금리 인상을 주장했지만, 최근 물가와 고용 흐름을 고려하면 추가 긴축을 서두를 필요성이 낮아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크리스 자카렐리 노스라이트 애셋 매니지먼트는 “인플레이션이 다시 가속하지 않는 가운데 최근 부진한 고용보고서까지 더해지면서 연준이 상황을 지켜볼 수 있는 여지가 커졌다”고 밝혔다.
다만 금리 인상 우려 완화에도 비트코인은 뚜렷한 방향성을 보이지 않고 있다. 비트코인은 최근 5주 동안 6만2000~6만6000달러의 좁은 범위에서 거래되고 있으며, 이날 발표된 미국 물가 지표도 기존 박스권을 벗어날 만한 동력으로 작용하지 못했다.
전문가들도 이번 CPI가 예상보다 높은 인플레이션에 따른 단기 충격 우려를 덜어냈지만, 비트코인의 가격 상승을 이끌 촉매로는 부족하다는 평가다.
라이언 리 비트겟 리서치 수석 애널리스트는 이번 지표가 “매파적인 정책 전망의 재평가를 촉발하지도, 뚜렷한 비둘기파적 신호를 제공하지도 않았다”고 분석했다. 이에 따라 비트코인 투자자들은 잭슨홀 회의와 추가 물가 지표를 기다리며 상장지수펀드(ETF) 자금 흐름과 시장 유동성, 파생상품 포지셔닝 등에 주목할 것으로 내다봤다.
이기 요페 테오 최고투자책임자(CIO)도 현재 물가와 노동시장 여건을 고려하면 연준이 기준금리를 동결하는 것만으로도 사실상 완화적인 효과를 낼 수 있다고 평가했다. 이러한 통화정책 환경이 중기적으로 비트코인을 비롯한 위험자산에 우호적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얼터너티브의 공포·탐욕(Fear·Greed) 지수는 이날 27점(공포)으로 전날(29점) 대비 하락했다. 해당 지수는 0에 가까울수록 매도세가 강하고 100에 가까울수록 매수 성향이 강함을 의미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