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대표기업들의 사업 규모와 시가총액은 글로벌 최고 수준으로 커졌지만, 회계감사에 투입하는 비용은 주요 해외 경쟁사들에 비해 여전히 턱없이 낮다는 지적이 나온다.
국내외 주요 기업의 2025 회계연도 공시를 비교한 결과 SK하이닉스의 감사보수는 31억원으로 같은 메모리 반도체 업체인 미국 마이크론의 144억2000만원(달러달 1400원 환율 적용시)과 공시액 기준 4.7배 차이가 났다.
현대차의 감사보수는 44억1000만원인 반면 포드는 628억6000만원이었다. LG전자는 55억9500만원으로 월풀의 186억2000만원보다 적었다.
삼성전자의 감사보수는 81억원으로 마이크로소프트(MS)의 754억3200만원, 애플의 345억8420만원과 비고했을때 각각 공시액의 10.7%, 23.4% 수준에 그쳤다.
일본 주요 기업들도 국내 대표기업보다 높은 감사보수를 공시했다. 2025년에 종료한 회계연도 기준 도요타는 약 834억원, 소니그룹은 595억2000만원, 혼다는 575억7000만원, 파나소닉은 495억원이었다. 메모리 반도체 업체 키옥시아도 47억8000만원으로 SK하이닉스보다 많았다.
최운열 한국공인회계사회 회장은 “우리 기업들 시가총액이 크게 높아졌다는 것은 투자자 관리 측면에서 위험도 커졌다는 것”이라며 “그에 맞춰 더 철저하게 감사하도록 감사비용도 올라가야 하는데 우리는 그게 잘 안 되고 있다”고 꼬집었다.
물론 국내외 공시액을 단순 비교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 국내 사업보고서의 감사보수와 미국·일본 기업이 공개하는 감사 관련 보수는 해외 종속회사 감사와 분기 검토, 내부통제 감사 등이 포함되는 범위에서 차이가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이 같은 공시범위 차이를 감안하더라도 국내 글로벌 기업의 감사비용은 미국·일본 등 주요국 기업에 비해 “턱없이 낮은 수준”이라고 말한다.
곽병진 한국회계기준원장은 “삼성전자처럼 반도체·스마트폰·가전 등 다양한 사업을 세계 각지에서 영위하는 기업은 사업구조가 복잡한 만큼 회계 쟁점과 감사 난도 역시 높아 충분한 감사인력과 전문성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국제비교 연구에서도 국내 감사보수의 낮은 수준은 확인된다. 한국회계학회가 2023년 발표한 연구에 따르면 2011~2020년 한국 상장기업의 평균 감사보수는 G7 국가들과 비교했을때 가장 낮았다. 연구진은 신외부감사법 시행 이후 국내 감사보수가 상승한 것도 기존에 낮게 형성됐던 보수가 정상화되는 과정 정도로 해석했다.
중국과 비교해도 국내 기업들의 감사가격은 낮은 수준으로 분석됐다. 2019년 한·미·일·중 감사보수 결정모형 비교 연구에서 국내 기업의 실제 감사보수는 미국의 11%, 일본 31%, 중국 61% 수준에 그쳤다.
해외 기업들은 감사인을 선정할 때 가격만 보지 않는다. 예컨대 MS는 감사팀의 전문성과 독립성뿐 아니라 회사의 규모와 복잡성, 감사에 필요한 자원에 비춰 보수가 적절한지 여부도 함께 평가한다고 공시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높은 감사보수가 곧 품질 보증서가 되는 건 아니지만, 글로벌 기업의 복잡성과 투자자 규모에 맞는 숙련인력과 검증 역량을 확보하려면 그에 상응하는 수준의 감사투자는 꼭 필요하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