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태국 방콕에서 열린 국제통화기금(IMF)·세계은행(WB) 연차총회에서 재정경제부와 동행한 출장기자단 사이에서는 이 표현을 어떻게 풀어쓸지가 화두였다. 한국 기자단 간담회에서 최지영 IMF 이사가 다른 선진국들과 너무 상황이 다른 한국 경제를 설명하며 꺼낸 표현이다.

‘고립’이라는 단어가 긍정적으로 쓰일 만큼 한국 경제를 바라보는 국제사회의 시선이 달라졌다는 얘기다. 유럽 등 선진국들은 경기 둔화와 재정 악화에 고심하고 있는 반면 한국은 인공지능(AI) 호황에 따른 반도체 수출 증가로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다.

이형일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의 국제무대 데뷔전도 이런 분위기 속에서 치러졌다. IMF·WB 연차총회에서 주요 20개국(G20)·주요 7개국(G7) 재무장관회의 등 다자회의와 양자 면담을 합쳐 25건 안팎 외교 일정을 소화했다.

한국 경제의 달라진 위상을 바탕으로 주요국과 국제기구의 협력 기반을 넓힌 것은 반가운 성과다. 출장 기간 동행한 재경부 간부들도 “한국 경제의 위상이 달라진 것을 실감한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하지만 높아진 위상에 취해 자화자찬하기에는 이르다. 이번 연차총회에서 IMF가 한국 경제에 건넨 메시지는 긍정적인 평가만이 아니었다. 지금의 성장을 이끄는 AI 호황이 오히려 한국 경제 취약점이 될 수 있다는 경고도 함께 나왔다.

한국은 AI 호황의 대표적인 수혜국이다. 하지만 그만큼 호황이 꺾였을 때 받을 충격도 크다. 최근 급등락을 거듭하는 코스피가 한국 경제의 높은 변동성에 대한 우려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반도체 수출과 설비투자가 동시에 위축되면 성장률뿐 아니라 법인세수까지 급감할 수 있다. 특히 반도체 호황으로 늘어난 초과세수를 지속적인 재정 여력으로 착각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 공통적인 경고다.

특히 정부가 구상하는 미래대응기금에 담기는 사업이 장기적으로 지속 가능할지, 과도한 현금성 지출이 있지는 않은지 따져봐야 한다.

국제무대에서 한국 경제 위상을 확인한 것은 성과다. 하지만 호황은 언젠가 끝난다. 지금의 ‘긍정적인 고립’이 호황이 끝난 뒤 ‘부정적인 고립’으로 바뀌지 않도록 경제의 기초체력을 다져야 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