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록미디어 함지현 기자] 미국 디지털자산 시장구조 법안인 ‘클래리티 법안(CLARITY Act)’의 운명을 가를 상원 내 본회의 안건 상정 여부 투표(클로처· cloture)를 앞두고 신시아 루미스 미국 상원의원이 조속한 법안 처리를 재차 촉구했다. 이번 의회 회기에서 법안이 처리되지 못할 경우 시장구조 법제를 다시 추진할 현실적인 기회가 2030년에나 찾아올 수 있다고 경고했다.

루미스 의원은 6일(현지시각) X를 통해 “클래리티 법이 이번 의회에서 통과되지 않는다면 시장구조 법안을 진전시킬 다음 현실적인 기회는 2030년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법안 처리가 지연될수록 미국이 디지털자산 산업에서 얻을 수 있는 경제적 기회를 잃게 된다고 강조했다. 루미스 의원은 “지금 이 법안의 처리를 마무리한다면 일자리와 투자, 세수 측면에서 수년간의 기회를 낭비하는 일을 피할 수 있다”고 말했다.

클래리티 법은 미국 디지털자산 시장의 규제 체계를 정비하는 시장구조 법안이다. 디지털자산이 증권과 상품 중 어느 범주에 해당하는지를 구분하는 기준을 마련하고 증권거래위원회(SEC)와 상품선물거래위원회(CFTC)의 규제 관할을 명확히 하는 것이 핵심이다.

해당 법안은 지난해 7월 하원을 통과한 뒤 1년 넘게 상원에 계류돼 있다. 시장의 관심은 오는 15일(현지시각) 예정된 상원의 클로처에 쏠리고 있다. 한국시각으로는 16일 새벽께 결과가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이번 표결이 클래리티 법의 최종 통과 여부를 결정하는 것은 아니다. 법안을 둘러싼 논의를 끝내고 다음 입법 절차로 넘어갈지를 결정하는 절차적 성격의 표결이다.

최근 공화당 소속 프렌치 힐 하원의원이 법안을 둘러싼 논의가 상당 부분 진전됐다는 취지의 발언을 내놓으면서 시장의 기대감이 커졌지만 최종 입법까지는 넘어야 할 산이 적지 않다.

특히 민주당이 법안 지지의 전제조건으로 요구하고 있는 윤리 조항 등이 주요 쟁점으로 남아 있다. 민주당 의원과 공화당 의원이 공동 제안한 윤리 조항은 대통령을 포함한 연방정부 관계자가 디지털자산 기업 지분을 100만달러 이상 보유하면서 그 지분이 해당 기업 가치의 10% 이상을 차지할 경우 이를 매각하도록 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에 따라 오는 11월 중간선거 전까지 클래리티 법이 최종 입법되기는 쉽지 않다는 관측도 나온다.

루미스 의원이 ‘2030년’을 직접 언급한 것도 이 같은 정치 일정을 고려한 압박으로 풀이된다. 미국 의회는 2년 단위로 회기가 구성되기 때문에 현 회기에서 처리가 무산될 경우 차기 의회에서 입법 절차를 다시 밟아야 한다. 여기에 중간선거와 차기 대통령선거 등 정치 일정까지 겹치면 디지털자산 시장구조 법안이 다시 우선순위에 오르기까지 상당한 시간이 걸릴 수 있다는 주장이다.

루미스 의원은 미 의회 내 대표적인 친(親)디지털자산 인사로 꼽힌다. 비트코인을 미국의 전략적 준비자산으로 편입하는 내용의 입법을 추진하는 등 디지털자산 산업 육성에 적극적인 목소리를 내왔다.

이번 발언 역시 정치 일정으로 인해 법안 처리가 밀릴 경우 미국의 디지털자산 규제 체계 구축 자체가 수년간 지연될 수 있다는 점을 부각해 상원에 법안 처리를 압박하려는 메시지로 풀이된다.

앞서 루미스 의원은 지난 5월 말에도 미국 의회가 클래리티 법안을 통과시키지 못하면 미국이 디지털자산 분야의 주도권을 중국 등 경쟁국에 넘길 수 있다며 빠른 통과를 촉구한 바 있다.

업계는 클래리티 법이 통과되면 미국 시장의 규제 불확실성이 크게 줄어들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SEC와 CFTC 사이의 관할권 문제와 디지털자산의 법적 성격을 둘러싼 불확실성이 해소될 경우 거래소와 금융회사 등 기관의 시장 진입에도 속도가 붙을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법안 처리가 지연되더라도 단기적으로 디지털자산 시장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일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비트코인 현물 상장지수펀드(ETF)를 통한 기관 자금 유입이 이미 이어지고 있는 데다 스테이블코인 관련 규제 역시 시장구조 법안과 별도로 추진되고 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