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한국 증시는 투자자에게 끊임없이 선택을 요구했다. 오를 때는 더 사야 할지, 급락하면 팔아야 할지, 다시 반등하면 뒤늦게라도 따라가야 할지를 고민하게 했다.
7월 코스피는 월간 22.19% 하락했지만 마지막 거래일인 31일에는 하루 17.91% 급등하며 역대 최대 상승률을 기록했다. 같은 시장에서 공포와 낙관이 며칠 사이 뒤바뀌었다. 이럴 때 투자자에게 정말 필요한 것은 다음 지수의 방향을 알려줄 또 하나의 전망일까.
목대균 KCGI자산운용 대표가 20여 년의 운용 경험을 정리한 ‘살 것인가, 팔 것인가, 버틸것인가‘(서삼독)는 다른 질문에서 출발한다.
어떤 종목이 오를 것인가가 아니라, 오르고 떨어질 때 무엇을 기준으로 결정할 것인가. 책 첫머리의 문장은 이를 압축한다.
“투자를 지배한다는 것은 시장의 앞날을 맞히는 일이 아니다. 사고, 팔고, 기다리는 순간 무엇을 먼저 물어야 하는지 아는 일이다.”
목 대표는 대우증권 리서치센터를 거쳐 미래에셋자산운용에서 오랜 기간 글로벌 운용을 담당했으며, 현재 KCGI자산운용 대표이사로 재직 중이다.
이 책은 시황 전망서나 종목 추천서가 아니다. 현역 운용 책임자가 실제 투자 현장에서 겪은 성공과 실패를 바탕으로 매수·매도·보유의 판단 기준을 정리한 ‘투자 의사결정론’에 가깝다.
주가가 급락하면 공포가 분석을 앞선다. 급반등하면 뒤처질지 모른다는 불안이 다시 매수를 재촉한다. 같은 기업을 며칠 전에는 위험하다고 팔았다가 반등하자 다시 사고 싶어지는 것도 흔한 일이다.
저자는 이런 순간일수록 가격과 투자 가설을 구분해야 한다고 말한다. 주가가 떨어졌다는 것과 기업의 가치가 훼손됐다는 것은 같지 않다. 반대로 주가가 오른다고 처음 투자했던 이유가 계속 유효한 것도 아니다.
“왜 샀는가. 무엇이 달라졌는가. 처음의 가설은 아직 유효한가. 틀렸다면 얼마까지 감당할 수 있는가.”
급락장에서 무조건 버티라는 책도, 반등장에서 적극적으로 사라는 책도 아니다. 시장의 방향을 맞히기보다 상황이 바뀌었을 때 판단을 수정할 수 있는 기준을 만드는 책이다. 최근처럼 하루에도 시장의 표정이 크게 바뀌는 국면에서 이 책의 제목, ‘살 것인가, 팔 것인가, 버틸 것인가’가 투자자의 현실적인 질문과 맞닿는 이유다.
이 책의 첫 번째 희소성은 저자의 경험 자체에 있다. 보통의 투자서는 워런 버핏이나 피터 린치 같은 투자 대가의 원칙을 해설하거나 행동경제학과 투자이론을 설명한다.
이 책은 그와 다르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의 한복판에서 무엇을 보았는지, 2011년 유럽 부채위기를 맞히고도 왜 결국 포지션 관리에 실패했는지, 원자재와 중국 시장에서는 무엇을 놓쳤는지, 2020년 팬데믹 때는 이전 실패에서 무엇을 배워 행동을 바꿨는지를 자신의 실제 투자 경험으로 풀어낸다.
황영기 전 금융투자협회장은 추천사에서 이 책을 남의 이론을 빌려 온 것이 아니라 저자가 자기 손으로 내렸던 판단을 하나씩 기록한 책이라는 점에서 드물다고 평가한다.
성공한 결과만 골라 보여주는 것이 아니라, 그때 어떤 정보를 알고 있었고 왜 그렇게 판단했으며 무엇을 놓쳤고 이후 무엇을 바꿨는지를 기록했다.
투자에서 어려운 것은 결과를 알고 난 뒤 설명하는 일이 아니다. 정답을 모르는 그 순간, 실제 자금을 걸고 선택하는 일이다.이 책은 바로 그 순간들의 기록이다.
책은 경험담에서 끝나지 않는다. 20여 년의 시행착오를 실제 투자에 적용할 수 있는 의사결정 체계로 정리한다.
매수 전에는 왜 사는가와 함께 왜 이 판단이 틀릴 수 있는가를 적는다. 투자하는 동안에는 가격보다 처음의 투자 가설이 여전히 유효한가를 확인한다. 매도할 때는 ▲보유 논리의 변화 ▲기대수익 하락 ▲더 나은 대안의 등장 ▲리스크 예산 초과 여부를 점검한다.
투자가 끝난 뒤에는 수익률만 보지 않는다. 판단이 맞았는지, 단순히 운이 좋았는지, 같은 실수를 반복하고 있는지를 다시 살핀다.
책을 관통하는 또 하나의 원칙은 생존이다. 투자자는 확신이 강할수록 비중을 늘리고 싶어진다. 하지만 저자는 확신만으로 투자 비중을 결정하지 않는다.
좋은 분석도 틀릴 수 있다. 방향을 맞혔더라도 비중이 지나치게 크다면 변동성을 견디지 못하고 가장 나쁜 순간에 포기할 수 있다.
현금을 바라보는 관점도 같다. 현금은 수익률을 포기한 대기자금이 아니라 위기에서 다시 움직일 수 있게 해주는 선택권이다. 저자는 2020년 팬데믹 초기에 위험을 줄이고 현금을 확보한 뒤, 시장과 정책의 변화가 확인되자 다시 위험자산 비중을 빠르게 높였던 실제 경험을 통해 이를 설명한다. 책에서도 위기에서 중요한 것은 바닥을 맞히는 것이 아니라 “다시 움직일 수 있는 현금을 확보하는 일”이라고 정리한다.
자산배분 역시 비율보다 역할을 먼저 본다. 주식은 성장, 채권은 완충, 금은 통화 불안에 대한 방어, 현금은 다음 선택을 위한 여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