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9월 10일 상법 2차 개정안 시행을 앞두고 분리선출 대상 감사위원 수가 늘어나면서 감사위원회의 대주주 견제 기능이 한층 강화될 것이란 진단이 나온다. 개정안 시행 이후 자산 2조원 이상 대규모 상장회사는 감사위원을 2명 이상 분리해 선임해야 한다.
13일 한화투자증권은 상법 2차 개정안 시행으로 주주총회에서 분리선출해야 하는 감사위원의 수가 기존 1명에서 2명으로 늘면서 국내 상장회사들의 이사회 내 감사위원회 과반수 인원이 대주주로부터 독립적인 이사로 채워질 가능성이 높아졌다고 내다봤다.
그간 국내 상장회사의 감사위원회는 법적 요건을 갖추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실질적인 견제 기능을 발휘하지 못한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한화투자증권이 지난해 5월 기준 공시대상기업집단 소속 361개 상장회사를 분석한 결과, 이들 중 74.5%인 269개사가 감사위원회를 설치하고 있으며, 이들의 평균 규모는 3.29명, 사외이사 비율은 99%에 달한다.
겉보기에는 독립성이 보장된 것처럼 보이나 2024년 5월부터 1년간 감사위원회에 상정된 1809건의 안건 중 1800건(99.6%)이 원안대로 가결됐고 부결이나 보류 등 원안대로 통과되지 않은 안건은 단 9건에 불과했다.
감사위원회뿐만 아니라 추천위원회, 보상위원회 등 전체 이사회 내 위원회에 상정된 안건 4239건의 원안 가결률 역시 99.6%에 육박해 비판적 심의 기능이 유명무실해졌다는 점이 드러났다.
하지만 지난 7월 23일부터 시행된 상법 1차 개정에 따른 ‘합산 3%룰’ 확대 적용과 다가오는 9월 2차 개정에 따른 분리선임 인원 상향이 결합되면 기업 지배구조에 미칠 파급력이 이전과는 달라지게 될 전망이다.
엄수진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두 제도 가운데 하나만으로도 대주주가 선호하는 후보가 감사위원으로 선임되는 것을 저지하는 효과가 있는데, 둘이 결합하면 대주주로부터 독립적인 이사가 감사위원회에 두 명 진입하는 사례가 점차 늘어날 것”이라고 진단했다.
과거에는 사외이사인 감사위원을 선임할 때 주주 한 명이 행사할 수 있는 의결권을 3%로 제한하는 ‘개별 3%룰’만 적용되었기 때문에 대주주가 다수의 계열회사를 동원해 지분을 3% 내외로 잘게 쪼개어 분산시키는 꼼수로 규제를 무력화하는 맹점이 존재했다.
한화투자증권이 대표적인 사례로 든 국내 S사의 경우 2022년 정기주주총회에서 행동주의 펀드와 소액주주 연대의 추천으로 독립적인 감사위원이 선임되자 지분 구조를 기형적으로 변경했다.
S사는 최대주주인 계열회사 A가 약 60%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었으나 개별 3%룰을 회피하기 위해 6개의 다른 계열회사가 각각 3% 내외의 지분을 분산 소유하도록 만들었다.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에 속하지 않아 계열사 간 출자가 자유로웠던 S사는 이 꼼수를 통해 총 19%에 달하는 우호 의결권을 결집할 수 있었고 결국 2025년 주주총회에서 해당 주주 추천 감사위원의 재선임을 막아내는 데 성공했다.
그러나 이제는 최대주주와 특수관계인의 지분을 모두 합쳐 3%까지만 의결권을 인정하는 ‘합산 3%룰’이 사외이사인 감사위원 선임 시에도 일괄 적용됨에 따라 S사와 같은 지분 쪼개기 편법은 더 이상 통용될 수 없게 됐다.
더욱이 이사 선임 단계부터 일반 이사와 분리하여 선출해야 하는 감사위원이 2명으로 늘어나면서 대주주의 입맛에 맞는 인물들로 미리 후보군을 채워 넣는 일괄선출의 폐해마저 차단됐다.
국내 상장회사 감사위원회는 대부분 3명으로 구성돼 있는데 3명 중 2명이 표를 결집하면 사실상 위원회 의결을 좌우할 수 있고, 4명으로 구성된 곳이라도 2명이 뜻을 모으면 가부동수를 이뤄 기계적인 원안 가결 관행을 끊을 수 있다는 분석이다.
엄수진 연구원은 견제와 감시 기능이 실질적으로 작동하는 독립적인 감사위원 2인의 선임은 부실 경영이나 거버넌스 관련 불미스러운 사건·사고로 인한 급격한 주가 폭락을 예방할 수 있으므로 상승 모멘텀까진 아니더라도 투자자들에게 든든한 하방 지지선 역할을 해줄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