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대표적 뷰티기업인 에이피알의 올해 상반기 영업이익이 118억원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실제 수익성 개선에 따른 것이 아니라 회계기준 변경으로 영업이익에 포함되는 항목이 달라지면서 나타난 결과다. 에이피알은 내년부터 의무 적용을 앞둔 새로운 국제회계기준 IFRS18(국내 K-IFRS 제1118호)을 선제적으로 도입한 회사다.

NICE신용평가에 따르면 IFRS18을 적용한 에이피알의 올 상반기 연결 영업이익은 3428억원이다. 기존 기준으로 산출한 3310억원보다 3.6% 늘었다. 영업외손익으로 분류했던 외환손익 약 112억원이 영업이익에 포함된 것이 주원인이다.

2027회계연도부터 코스피·코스닥 상장사에 의무 적용되는 국제회계기준 IFRS18에 따른 변화다. IFRS18은 기업의 수익과 비용 등 재무정보를 재무제표에 어떻게 구분해 표시하고 주석으로 설명할지 정한 기준으로, 기존 재무제표 표시 기준인 IAS1을 대체한다. 현재 세계 140곳 이상의 국가·지역에서 상장기업 전체 또는 대부분에 대해 IFRS 적용을 의무화하고 있다.

IFRS18은 기업의 수익과 비용을 영업·투자·재무 등으로 나누는 등 영업이익의 산정 범위를 바꾼 것이 가장 큰 특징이다. 같은 거래에서 발생한 손익이더라도 분류 방식에 따라 영업이익은 달라질 수 있지만 당기순이익은 변하지 않는다.

업계에서는 향후 적용 기업이 확대되면 업종별 영업활동 특성과 기업별 손익구조, 외환손익 규모 등에 따라 영업이익에 상당한 변화가 생길 수 있다고 전망하고 있다. 내년부터 국내 상장기업 전반에 새 기준이 적용되는 만큼 투자자들로서는 회계기준 변경에 따른 영업이익 변화를 실제 실적 개선과 구분할 필요가 있다.

지금까지 국내 제조업체들의 경우 대체로 매출액에서 매출원가와 판매비·관리비를 뺀 금액을 영업이익으로 표시했다. 자산 처분손익이나 일부 금융 관련 손익 등은 그 아래 ‘영업외손익’에 기재했다.

새 기준은 수익과 비용을 영업·투자·재무·법인세·중단영업의 다섯 범주로 나눈다. 핵심은 투자·재무 등 다른 범주로 분류하지 않은 수익과 비용을 영업 범주에 넣는다는 점이다. 따라서 ‘영업’이라는 이름이 붙었더라도 매년 반복되는 제품 판매 성과만 담긴 숫자는 아니다. 기업이 생산에 사용하던 설비를 팔아 얻은 이익이나 관련 손상차손 등이 포함될 수 있다.

예컨대 어떤 제조업체가 제품 판매 등으로 영업이익 100억원을 냈고, 영업용 설비를 처분해 별도로 20억원의 이익을 얻었다고 하자. 기존이었다면 영업이익은 100억원이지만 새 기준에서는 120억원이 된다. 영업이익은 20% 늘지만 손익을 표시하는 위치만 바뀐 것이므로 당기순이익은 그대로다.

투자자는 이런 처분이익이나 자산가치 하락에 따른 손실처럼 일회성일 수 있는 항목을 따로 살펴볼 필요가 있다. 다만 IFRS18이 ‘일회성 손익’을 모두 별도로 구분해 표시하도록 요구하는 것은 아니다. 이에 따라 영업이익에 포함된 손익의 성격을 재무제표와 주석으로 확인해야 한다.

투자와 재무 범주도 구별해서 읽어야 한다. 일반 제조업체라면 관계기업 지분법손익이나 독립적인 금융자산 투자에서 발생한 수익은 투자 범주, 차입금에 대한 이자비용 등은 재무 범주에 놓인다. 손익계산서에는 영업손익과 투자손익을 더한 ‘재무손익 및 법인세비용 차감 전 손익’도 새 중간합계로 표시된다. 은행·보험사처럼 투자나 금융 제공 자체가 주된 사업인 기업은 일부 손익의 분류가 다를 수 있다.

한국은 IFRS18 도입에 따른 혼란을 줄이기 위해 손익계산서 본문에 새로운 영업이익을 표시하면서 연차재무제표 주석에는 기존 방식의 영업이익과 새 영업이익 차이의 조정 내역도 표시하도록 했다.

다만 분·반기 보고서에서는 해당 분기·반기의 영업이익을 종전 기준으로 계산한 수치와 새 기준과의 차이를 조정한 내역이 함께 공시되지 않을 수 있다.

과거 실적과 비교할 때도 기준을 맞춰야 한다. 2027년에 새 기준을 처음 적용하는 기업들은 2027년 1분기 보고서에 비교 대상으로 싣는 전년도 1분기 실적도 새 기준으로 다시 작성해야 한다. 이때 전년 동기 손익계산서의 각 항목이 종전 공시 수치에서 얼마나 바뀌었는지도 공시해야 한다.

따라서 실적 증가율을 계산할 때는 2027년 재무제표에 나란히 실린 새 기준의 전년 동기 영업이익을 사용해야 한다. 과거에 저장한 증권사 리포트나 포털의 옛 수치를 그대로 가져와 섞어 비교하면 회계기준 변경 효과를 실제 이익 증가나 감소로 착각할 수 있다.

기업이 비용을 어디에, 어떤 성격으로 썼는지 보여주는 정보도 세분화된다. 최근 한국회계기준원이 개최한 세미나에서 닉 앤더슨 국제회계기준위원회(IASB) 위원은 글로벌 제약사 아스트라제네카 자료를 예시로 소개했다.

아스트라제네카가 2025년 연차보고서에 IFRS18 적용한 사례에는 연구개발비에 포함된 종업원 급여 48억7900만달러와 자산가치 하락에 따른 순손상차손 2억1400만달러 등이 구분돼 있다. 투자자는 연구개발비 총액만 보는 데 그치지 않고, 인건비와 자산가치 하락에 따른 비용이 얼마나 반영됐는지 살펴볼 수 있다.

새 기준에 따라 매출원가·판매관리비 등 비용을 기능별로 표시하는 기업은 인건비·감가상각비·손상차손 등 지정된 비용이 각 항목에 얼마나 포함됐는지 주석에 공개해야 한다.

기업이 스스로 강조하는 ‘조정 영업이익’도 따져봐야 한다. 예컨대 구조조정 비용 30억원을 반영한 영업이익이 100억원인데, 회사는 “이 비용이 없었다면 영업이익은 130억원”이라며 조정 실적을 내세울 수 있다. 기업이 투자설명회(IR) 자료 등에서 이처럼 자체 손익지표로 회사 전체 실적을 설명하면 새 기준에 따라 계산 방법과 조정 이유, 회계기준상 실적과의 차이를 주석에 공개해야 한다.

이 같은 ‘경영진이 정의한 성과측정치(MPM)’를 설명하는 연차재무제표 주석도 외부감사 대상이다. 투자자는 회사가 제외한 비용이 실제로 일회성인지 등을 따져볼 수 있다.

김성배 삼정KPMG IFRS18 TF 리더는 “영업손익의 큰 변동이 불가피한 상황에서 기업이 손익 변동의 배경과 의미를 얼마나 명확히 설명하느냐가 시장 신뢰를 좌우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