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자동차의 대표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투싼이 글로벌 누적 판매 1100만대를 눈앞에 두고 있다. 투싼을 앞세운 현대차그룹의 현지화 전략도 성과를 내면서 최대 격전지인 미국에서는 두 달 연속 포드를 제치고 월간 판매 점유율 3위에 올랐다. 현대차그룹이 미국 시장에서 포드와의 격차를 벌리며 ‘톱3’ 굳히기에 들어가는 모습이다.

30일 현대차에 따르면 투싼은 2004년 출시된 이후 올해 8월까지 중국 전용 모델을 제외하고 세계 시장에서 누적 1061만대가 판매됐다. 국산 SUV 가운데 가장 많은 판매량이다. 투싼은 출시 4년 만인 2008년 누적 판매 100만대를 넘어섰고 2016년 500만대를 돌파했다. 지난해에는 1000만대 고지에 올랐다.

현대차그룹에서 단일 차종의 글로벌 누적 판매가 1000만대를 넘어선 것은 아반떼와 엑센트에 이어 투싼이 세 번째다. SUV로 범위를 좁히면 투싼이 처음이다. 세단 중심이던 현대차의 글로벌 판매 구조가 SUV로 확장됐다는 점에서도 상징성이 크다.

최근 판매 흐름도 견조하다. 투싼은 2021년부터 지난해까지 5년 연속 현대차 글로벌 도매 판매 1위를 기록했다. 출시 초기 국내 생산 물량을 해외로 수출하는 성격이 강했던 투싼은 현재 세계 주요 거점에서 생산·판매하는 글로벌 전략 차종으로 변모했다. 누적 판매 가운데 해외 비중은 91%에 달한다.

특히 미국이 투싼의 최대 시장으로 성장했다. 출시 이후 올해 8월까지 미국 누적 판매량은 222만7154대로 전체 글로벌 판매량의 약 20%를 차지한다. 투싼 5대 가운데 1대가 미국에서 팔린 셈이다.

투싼을 비롯한 주력 차종의 선전은 현대차그룹의 미국 시장 점유율 상승으로 이어지고 있다. 현대차·기아는 올해 상반기 누적 기준 미국 시장 4위였지만 7월부터 포드를 제치고 월간 판매 점유율 3위로 올라섰다.

7월 현대차·기아의 미국 판매량은 16만5284대로 전년 동월보다 5.0% 증가했다. 시장 점유율은 12.1%를 기록했다. 제너럴모터스(GM)가 16.7%로 1위, 도요타가 15.9%로 2위를 유지한 가운데 포드는 12.0%로 4위로 밀렸다. 현대차그룹과 포드의 격차는 0.1%포인트였다.

이어 8월에는 양사 간 격차가 더 벌어졌다. 현대차·기아 점유율이 12.9%로 월간 최고치를 경신하면서 포드와 격차도 1.0%포인트로 확대됐다. 이런 추세가 이어지면 분기뿐 아니라 연간 판매에서도 미국 시장 3위를 노려볼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하지만 글로벌 자동차 시장에서는 현지화 경쟁이 한층 치열해지고 있다. 특히 중국 완성차 업체들이 수출을 넘어 주요 시장에 생산 거점을 구축하면서 현대차그룹을 비롯한 기존 글로벌 업체들과 직접 경쟁하는 구조가 만들어지고 있다.

국제에너지기구(IEA)에 따르면 중국 자동차 업체의 해외 생산능력은 2025년 기준 약 170만대에 달한다. 업계에서는 현재 발표된 증설 계획 등을 고려하면 2030년 중국 업체들의 해외 생산능력이 300만대 이상으로 늘어날 것으로 보고 있다. 중국에서 완성차를 수출하는 데 그치지 않고 주요 시장과 인접 지역에서 직접 생산해 관세와 무역장벽을 낮추는 전략이 확산하는 것이다.

유럽에서도 정책 변화가 경쟁 구도를 복잡하게 만들고 있다. 유럽연합(EU)이 역내 생산 전기차를 우대하는 정책을 추진하면서 중국 업체들의 현지 생산 확대 움직임도 빨라지고 있다. 중국 업체들의 생산 거점 다변화가 본격화하면 전기차뿐 아니라 내연기관차와 하이브리드차로까지 가격과 생산 경쟁이 확대될 가능성이 있다.

현대차 관계자는 “투싼의 장기 흥행은 주요 시장에서 현지 생산과 판매 기반을 구축한 전략이 성과를 낸 결과”라며 “중국 업체들도 해외 생산을 빠르게 확대하고 있어 앞으로는 가격뿐 아니라 현지 생산 경쟁력까지 글로벌 시장의 승부처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