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축은행의 전체 예금 규모가 1년째 100조원 안팎에 머무는 사이 금융기관과 신탁 등을 통한 자금 유입은 크게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예금보험 적용 대상인 부보예금이 약 2조8000억원 줄어드는 동안 비부보예금이 비슷한 규모로 증가한 것이다. 일부 저축은행이 금리 부담을 낮추기 위해 기관성 자금 활용을 확대하면서 수신 구조에도 변화가 나타나고 있다는 분석이다.
5일 예금보험공사에 따르면 올해 3월 말 저축은행의 비부보예금 잔액은 8조3785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조7404억원(48.6%) 늘었다. 반면 부보예금은 같은 기간 2조7528억원 감소한 91조3036억원으로 집계됐다. 두 항목을 합친 전체 예금 규모는 99조7000억원 안팎으로 1년 전과 큰 차이가 없었다. 전체 예금에서 비부보예금이 차지하는 비중은 5.7%에서 8.4%로 2.7%포인트 높아졌다. 예금 총량은 사실상 그대로인데 자금의 성격은 달라진 셈이다.
비부보예금의 증가를 이끈 것은 특정금전신탁과 기타예금이다. 특정금전신탁은 1년 전 약 6000억원에서 올해 3월 말 1조5000억원으로 2.5배 늘었다. 금융기관과 정부·지방자치단체 등의 예금이 포함된 기타예금도 같은 기간 1조5000억원에서 3조원으로 두 배 증가했다. 두 항목의 합계는 2조1000억원에서 4조5000억원으로 2조4000억원 불어났다. 비부보예금 전체 증가액의 대부분을 이 두 항목이 차지했다. 확정급여(DB)형 퇴직연금 예금도 3조5000억원에서 3조8000억원으로 증가했다.
기존에는 개인 고객에게 금리를 높게 제시해 정기예금을 모으는 방식이 저축은행의 대표적인 수신 확보 수단이었다. 하지만 예금 규모를 무조건 늘리면 이자 비용도 함께 커진다. 반면 금융기관이나 신탁을 통해 유치하는 자금은 계약 조건에 따라 개인 예금보다 낮은 금리를 적용할 수 있다. 자금이 필요한 시점에 상대적으로 저렴한 재원을 확보하면 대출에서 벌어들이는 이자와 예금에 지급하는 이자의 차이인 예대마진을 방어하는 데 도움이 된다.
특히 수신 총량이 늘지 않았는데도 기관·신탁 관련 항목이 확대됐다는 점이 눈에 띈다. 신규 자금이 쌓이면서 전체 예금이 커진 것이 아니라, 기존 예금의 감소분을 다른 성격의 예금이 메우는 형태로 변화가 나타났기 때문이다. 그만큼 저축은행의 수신 전략도 예금 잔액 확대 일변도에서 조달 비용과 자금의 안정성을 함께 고려하는 방향으로 달라질 가능성이 있다.
다만 기관성 예금이 늘수록 유동성 관리 부담이 커질 수 있다는 점은 변수다. 개인 예금에 비해 한 번에 움직이는 자금 규모가 큰 데다 특정 기관의 만기 도래나 운용 방침 변경에 따라 예금이 집중적으로 빠져나갈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조달 금리가 낮다는 장점만 보고 특정 자금에 의존하기보다 예금 만기를 분산하고 비상시 유동성을 확보할 필요가 있다는 의미다. 저축은행이 수익성 방어와 안정적인 수신 기반 유지라는 두 과제를 동시에 안게 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기관성 자금은 일반 개인 예금보다 낮은 금리로 조달할 수 있어 저축은행의 이자비용 부담을 줄이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며 “다만 거액 자금이 특정 기관에 집중될 경우 만기 도래 등에 따른 대규모 인출 가능성이 있는 만큼 유동성 관리가 중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