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록미디어 James Jung 기자] 미국 트럼프 행정부가 이란과 관련된 암호화폐 약 10억달러를 압수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란의 석유 수출을 차단하는 해상 봉쇄에 이어 육상 교통과 항공 운항까지 제한하는 이른바 ‘절대적 고립(Absolute Isolation)’ 작전의 일환이다.

9일(현지시간) 스콧 베선트 미국 재무장관은 전날 워싱턴DC에서 열린 뉴스맥스 정책 서밋에서 “우리는 아마 이번 주 10억 달러 규모의 암호화폐를 압수할 것”이라고 밝혔다.

베선트 장관은 “우리는 그 암호화폐가 어디에 있는지 알고 있으며, 그들을 고립시키고 있다”고 말했다.

다만 압수 대상 암호화폐의 종류와 보관 장소, 관련 지갑 주소 등 구체적인 내용은 공개하지 않았다. 압수가 이미 집행됐는지에 대해서도 언급하지 않았다.

이번 발언은 이란 혁명수비대(IRGC)가 세계 최대 암호화폐 거래소 바이낸스를 통해 거액의 자금을 이동시킨 정황이 드러난 가운데 나왔다.

WSJ, 바이낸스와 ‘이란 VIP 고객’ 수상한 거래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이날 이란의 거물 금융업자 바바크 잔자니(Babak Zanjani)가 바이낸스에 개설된 21개 계정과 해외 기업 네트워크를 이용해 약 8억5000만달러 규모의 거래를 진행했다고 보도했다.

바이낸스 내부 조사자료에 따르면 이 가운데 최소 6700만달러가 이란 혁명수비대와 연결된 암호화폐 지갑으로 송금됐다.

잔자니는 튀르키예의 결제업체 제드페이(ZedPay), 암호화폐 거래 플랫폼 제드섹스(Zedcex), 아랍에미리트(UAE)의 다이아몬드 판매업체 등을 연결해 국제 금융제재를 우회하는 결제망을 구축한 것으로 지목됐다.

이 네트워크에 참여한 타지키스탄 국적의 수흐로브 오이마흐마도프(Sukhrob Oimakhmadov)는 바이낸스에서 수수료 할인과 전담 서비스를 제공받는 VIP이었다. 그의 바이낸스 계정에는 2023년 말부터 이란 혁명수비대 관련 지갑에서 1000만달러 이상이 입금됐으며, 이후 다른 혁명수비대 관련 지갑으로 자금이 이동한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 정부가 압수를 추진하는 10억달러의 암호화폐가 잔자니의 자금세탁 네트워크와 직접 연결돼 있는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베선트 “최대 압박에서 절대적 고립으로”

베선트 장관은 트럼프 행정부의 대이란 정책이 기존의 금융·경제제재를 넘어 전면적인 고립 전략으로 확대됐다고 설명했다.

그는 “우리는 최대 압박 캠페인을 벌여왔다. 이제는 절대적 고립 캠페인을 진행하고 있으며, 효과를 거두고 있다”고 말했다.

미국의 새로운 전략은 이란 정권의 국제 금융시장 접근을 차단하는 동시에 석유 수출과 교통·물류 경로를 봉쇄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베선트 장관은 군사작전과 해상 봉쇄를 통해 이란의 석유 수출을 완전히 중단시키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그는 “이란이 석유를 생산하기 시작한 이후 처음으로 바다에서 판매할 석유가 전혀 없는 상황이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베선트 장관은 UAE와 오만이 미국의 대이란 정책에 협력하고 있으며, 파키스탄 및 튀르키예와도 이란을 오가는 육상 통로를 폐쇄하기 위해 협의하고 있다고 밝혔다. UAE와 튀르키예는 앞서 WSJ가 보도한 이란의 암호화폐 자금세탁 네트워크에서 주요 기업들이 활동한 국가들이기도 하다.

혁명수비대 해외 자산·이동까지 차단

미국은 이란 정권 핵심 인사들의 해외 이동과 해외 금융자산 접근도 제한하고 있다. 베선트 장관은 항공편 제한 조치로 이란 지도부와 혁명수비대 관계자들이 해외로 이동하기 어려워졌다고 설명했다.

그는 혁명수비대 관계자들이 더 이상 런던의 성형외과를 방문하거나 파리에서 여자친구를 만나고, 제네바에 보관한 자금에 접근할 수 없다고 비꼬았다. 이란 정권의 핵심 인물들이 해외 자산과 생활 기반을 이용하지 못하도록 해 내부 압박을 높이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베선트 장관은 뉴욕타임스의 최근 보도를 인용하면서 혁명수비대 내부에 동요가 확산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우리가 지금까지 한 일은 전례가 없는 것”이라며 이란의 경제적·지리적 고립이 이미 효과를 나타내고 있다고 강조했다.

미국이 추진하는 암호화폐 압수는 이러한 고립 작전의 금융 부문에 해당한다. 국제 은행망을 우회해 암호화폐로 자금을 이동시키는 이란의 제재 회피 수단까지 차단하려는 것이다.

다만 베선트 장관은 10억달러 규모의 암호화폐를 어떤 법적 절차와 방법으로 압수할 것인지에 대해서는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