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빅테크와 함께 대표적인 성장 산업으로 꼽히는 국내 제약·바이오주가 고금리 충격과 개별 기업 악재가 겹치며 크게 흔들리고 있다.
글로벌 빅파마와 기술이전 계약을 맺는 등 호재에 힘입어 올 들어 한때 코스닥 시총 상위 톱10에 제약·바이오주 7곳이 포진한 바 있지만 현재는 알테오젠만 힘겹게 자리를 지키고 있다.
16일 코스콤 ETF체크에 따르면 TIGER 코스닥150바이오테크는 최근 1개월간 19.05% 하락했다. 이 ETF는 코스닥150지수의 구성 종목 중 제약·바이오에 속하는 기업에 집중 투자하는 상품으로 알테오젠·HLB·펩트론·에이비엘바이오 등을 편입하고 있다. 이 밖에 국내 제약·바이오사로 구성된 RISE 바이오TOP10액티브(-17.8%), TIME K바이오액티브(-17.3%), KoAct 바이오헬스케어액티브(-16.12%), KODEX 바이오(-13.83%) 등도 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시계열을 길게 놓고 보면 더 심하다. 최근 6개월간 제약·바이오 ETF의 수익률은 대부분 -50~-40%대에 달한다. 신약 개발과 바이오시밀러, 위탁개발생산(CDMO) 분야에서 경쟁력을 갖춘 국내 제약·바이오 10개 기업에 집중 투자하는 RISE 바이오TOP10액티브는 54.43% 하락했다. 같은 기간 레버리지·인버스 ETF를 제외한 전체 ETF 중 수익률 하위 2위다.
국내 제약·바이오주가 주목받지 못한 데에는 복합적인 요인이 작용한다. 미국을 비롯한 주요국 금리 상승이 첫 번째 요소로 꼽힌다. 금리가 오르면 기업들의 조달비용이 커진다. 장기간에 걸쳐 진행되는 신약 연구개발(R&D)에 대규모 자금이 필요한 제약·바이오 기업 입장에서는 금리 상승이 부담으로 작용하고 이는 곧 투자심리 악화로 이어진다. 글로벌 금리 벤치마크인 미국 10년물 국채금리는 최근 심리적 마지노선인 5%대를 뚫고 올라갔다.
개별 기업들의 악재가 연이어 터지면서 전반적인 제약·바이오주 투자심리에 찬물을 끼얹었다. 지난 7월 코오롱티슈진은 골관절염 세포유전자 치료제 ‘TG-C’(옛 인보사)의 미국 임상 3상 첫 번째 연구에서 통계적 유의성 확보에 실패했다. TG-C는 수술 없이 골관절염 환자의 무릎 통증을 줄이고 관절 기능을 개선할 수 있다는 가능성으로 시장과 업계의 큰 주목을 받았다. 하지만 유효성 입증에 실패하자 한때 14만원대까지 올랐던 코오롱티슈진 주가는 연일 하락해 현재 1만원대에 머무르고 있다.
면역항암제와 퇴행성 뇌질환 치료제 등을 개발하는 에이비엘바이오는 최근 대형 기술이전 계약 정보를 공시 전 이용해 부당이득을 취했다는 혐의로 주가조작 근절 합동대응단의 조사를 받고 있다. 이 같은 소식에 이날 에이비엘바이오 주가는 연저점인 5만4100원을 찍었다.
코스닥 투매 현상도 하락세에 불을 지폈다. 대부분의 바이오테크 기업들은 코스닥시장에 상장돼 있다. 올 상반기 삼성전자·SK하이닉스를 필두로 반도체 종목과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에 대규모 자금이 쏠리면서 코스닥시장으로 유입되는 자금이 메말랐다. 외국인과 기관투자자들도 반도체 종목을 사려고 하다 보니 코스닥 제약·바이오주가 소외받을 수밖에 없었다.
얼어붙은 투자심리는 좀처럼 회복되지 못하고 있다. 대형 기술이전 관련 호재로 잠시 반등했던 주가도 이내 제자리로 돌아왔다. 코스닥 시가총액 1위인 알테오젠은 이달 초 글로벌 제약사 노바티스와 최대 4조4000억원에 이르는 피하주사(SC) 제형 기술계약을 체결했다고 밝혔다. 노바티스는 알테오젠의 ‘ALT-B4’ 기술을 활용해 복수의 바이오 의약품을 SC 제형으로 개발할 수 있는 권리를 확보하게 됐다. 이 같은 호재가 알테오젠 주가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으로 기대됐으나 실상은 달랐다. 30만원대였던 주가는 현재 25만원대로 내려와 있다.
코스닥 시총 순위에도 변화가 생겼다. 시총 10위권 내에 알테오젠만이 자리를 지키고 있다. 주가가 폭발적으로 상승했던 반도체 소부장·로봇주 등에 자리를 내준 셈이다.
전문가들은 제약·바이오주의 분위기 반전을 위해서는 시장 신뢰 회복과 글로벌 빅파마 R&D 트렌드에 맞는 고수익성 대형 딜이 나와야 한다고 봤다. 그간 국내 제약·바이오기업들은 임상 성공에 대한 높은 기대와 실패에 따른 좌절을 반복해왔다. 하지만 이젠 단순 이벤트에 그치기보다 기대감이 실질적인 성과로 입증돼야 시장 신뢰를 회복하고 기업가치를 재평가받을 수 있다는 분석이다.
허혜민 키움증권 연구원은 “키트루다 SC, 렉라자를 시작으로 수익화 사례가 축적되고 있고 2028~2030년 상업화를 앞둔 2세대 파이프라인의 가치도 선반영될 가능성이 높다”며 “캐시 플로(Cash Flow·현금흐름)가 제약·바이오 섹터의 신뢰와 하방을 만들고 퀄리티 높은 임상이나 기술이전 모멘텀(재료)이 상방을 열어주는 국면이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