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멕시코=심영재 특파원] 미국 금융시장이 예상보다 완화된 물가 지표에도 일방적인 금리 하락으로 이어지지 못했다. 8월 개인소비지출(PCE) 물가지수가 시장 예상치를 밑돌면서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10월 추가 금리 인상 가능성은 크게 낮아졌지만 견조한 고용과 성장세, 여기에 국제유가 상승에 따른 인플레이션 재확산 우려가 장기금리를 다시 끌어올렸다. 달러도 물가 발표 직후 약세를 보였다가 낙폭을 만회했고, 금은 장중 상승분을 모두 반납하며 하락했다.

30일(현지시각) 트레이딩뷰 기준 미국 10년물 국채금리는 5.289%로 전 거래일 대비 5.5bp 상승했다. 달러인덱스는 101.131로 0.077포인트(0.08%) 올랐다. 달러·원 환율은 4.54원(0.34%) 상승한 1356.53원을 기록했다. 금 가격은 온스당 4157.52달러로 20.915달러(0.50%) 하락했다.

이날 시장의 핵심은 ‘물가 둔화에도 내려가지 않는 장기금리’였다. PCE 발표 직후에는 채권 매수와 달러 약세, 금 상승이 동시에 나타났지만 이후 시장의 시선이 강한 미국 경기와 고용 국제유가로 옮겨가면서 움직임이 뒤집혔다.

PCE 예상 하회에도 10년물 5.29%…단기·장기 금리 엇갈려

미 상무부에 따르면 연준이 주요 물가지표로 참고하는 8월 PCE 물가지수는 전월 대비 0.3% 상승했다. 로이터가 집계한 시장 전망치 0.4%를 밑돌았다. 전년 동월 대비로는 3.4% 상승했다. 다우존스가 집계한 시장 전망치는 3.7%였다. 식품과 에너지를 제외한 근원 PCE는 전월 대비 0.2% 전년 동월 대비 3.0% 상승해 각각 예상치 0.3%와 3.3%를 밑돌았다.

물가가 예상보다 낮게 나오자 국채금리는 처음에는 하락했다. 연준 정책에 상대적으로 민감한 2년물 금리는 장중 4.885% 수준까지 내려갔다. CME그룹 페드워치에 반영된 10월 0.25%포인트 금리 인상 가능성도 일주일 전 70% 수준에서 약 37%로 낮아졌다.

하지만 장기물은 방향을 바꿨다. CNBC에 따르면 10년물 국채금리는 장중 5.298%까지 올라 2007년 이후 고점 부근에서 움직였다. 30년물 금리 역시 약 4bp 상승한 5.632%로 2002년 이후 최고 수준 부근까지 올라섰다. 2년물은 4.895% 부근에서 큰 변화가 없었다.

트레이딩뷰 기준 10년물 금리는 PCE 발표 전후 5.21% 부근까지 급락했지만 곧 반등하기 시작했고 오전 후반에는 5.30%선까지 상승했다. 이후에도 높은 수준을 유지해 5.289%로 전 거래일 5.234%보다 5.5bp 높았다.

장단기 금리가 엇갈린 것은 시장이 물가 둔화와 경기 강세를 서로 다른 만기에 반영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단기물에서는 10월 금리 인상 가능성이 낮아진 효과가 나타났지만 장기물에서는 강한 성장세와 유가 상승에 따른 장기 인플레이션 위험이 부각됐다.

존 벨리스 BNY 외환·거시 전략가는 로이터에 강한 GDP 지표로 장기물 금리가 다시 올라간 반면 단기물 금리는 10월 금리 인상 기대 약화를 반영해 내려오면서 수익률 곡선이 가팔라졌다고 설명했다.

크리스토퍼 럽키 FWDBONDS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예상보다 약한 8월 물가로 인플레이션 압력이 시장이 우려했던 정도로 강하지 않다는 점이 확인됐다며 투자자들이 물가를 목표 수준으로 낮추기 위해 연준이 어느 정도 추가 인상을 해야 할지를 다시 계산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달러인덱스 101.131…물가 발표 직후 하락했다가 반등

외환시장도 비슷한 흐름을 보였다. 달러는 PCE 발표 직후 국채금리와 함께 하락했지만 장기금리가 반등하면서 낙폭을 회복했다.

트레이딩뷰 기준 달러인덱스는 101.131로 전 거래일 101.054보다 0.077포인트(0.08%) 상승했다. 장중 흐름을 보면 PCE 발표 전후 100.70 부근까지 급락한 뒤 방향을 바꿔 101.10선을 회복했고 오후 들어서는 101.15 부근까지 상승하기도 했다.

로이터 집계 시점의 달러인덱스는 101.47로 보합권이었다. 유로·달러 환율은 1.13305달러로 큰 변화가 없었고 달러·엔은 157.34엔을 기록했다. 파운드는 달러 대비 0.26% 오른 1.3265달러를 나타냈다. 호주달러는 0.57% 하락한 0.6948달러 뉴질랜드달러는 0.09% 내린 0.5635달러였다.

달러는 9월 전체로는 유로와 스위스프랑 파운드 등에 대해 상승 흐름을 나타냈다. 달러인덱스 역시 앞선 두 달간의 하락을 끝내고 월간 상승을 기록할 흐름을 보였다.

조엘 크루거 LMAX그룹 시장전략가는 예상보다 완화된 PCE와 존 윌리엄스 뉴욕 연방준비은행 총재의 추가 인상 시급성에 대한 신중한 발언이 연속적인 금리 인상 기대를 낮췄다고 분석했다. 그는 이러한 통화정책 전망 변화가 국채금리를 낮추고 달러의 금리 우위를 축소하면서 PCE 발표 직후 달러 매도의 근거가 됐다고 설명했다.

다만 실제 시장에서는 이후 장기금리가 상승하면서 달러가 다시 회복했다. 물가 둔화가 달러 약세 요인으로 작용했지만 미국 경제의 상대적인 강세와 높은 장기금리가 달러의 하단을 지지한 셈이다.

달러·원 1356.53원으로 상승…장중 저점에서 5원 이상 반등

원화는 달러 대비 약세를 나타냈다. 트레이딩뷰 기준 달러·원 환율은 1356.53원으로 4.54원(0.34%) 상승했다. 전 거래일 종가는 1351.99원이었다.

장중 변동성도 상당했다. 환율은 한때 1351원 부근까지 내려갔지만 이후 반등해 오후에는 1356원대로 올라섰다. 장중 저점과 비교하면 5원 이상 상승한 수준이다.

특히 PCE 발표 직후 글로벌 달러가 급격히 약해졌던 것과 달리 달러·원 환율은 이후 빠르게 상승했다. 달러인덱스의 낙폭 회복과 미국 장기금리 상승이 동시에 나타난 데다 뉴욕증시가 장 막판 약세를 보이면서 위험선호가 약해진 점이 원화에 부담으로 작용한 흐름으로 해석된다.

기간별로 보면 트레이딩뷰 기준 달러·원 환율은 최근 5일 동안 0.67% 하락했고 한 달 기준으로는 1.42% 내렸다. 6개월 기준으로는 9.93% 하락했으며 연초 이후로도 6.00% 낮은 수준이다. 다만 이날 하루 동안에는 방향을 바꿔 상승하면서 1350원대 중반으로 복귀했다.

금 4157달러로 하락…’물가 둔화 호재’보다 금리·유가 부담이 컸다

금 시장에서는 PCE 물가 둔화가 가져온 초기 상승세가 오래가지 못했다.

트레이딩뷰 기준 금 가격은 온스당 4157.52달러로 20.915달러(0.50%) 하락했다. 전 거래일 기준선인 4178.435달러를 밑돌았다. 장중 한때 4210달러를 넘어섰지만 이후 급격히 방향을 바꿔 4150달러대까지 밀렸다.

로이터 집계에서 미국 금 선물은 0.2% 상승한 4186.70달러에 결제됐다. 현물 금은 9월 들어 약 6.6% 하락해 월간 하락을 앞두고 있었다.

금 가격의 장중 흐름은 이날 채권시장과 사실상 반대 방향으로 움직였다. PCE 발표 직후 금은 4210달러를 넘어 급등했다. 물가 둔화로 추가 금리 인상 기대가 낮아지면서 이자를 지급하지 않는 금의 상대적인 매력이 높아졌기 때문이다.

그러나 미국 장기 국채금리가 상승 반전하자 금도 상승분을 빠르게 반납했다. 오전 9시 이후 4170달러선이 무너졌고 이후 4150달러대까지 내려가면서 장중 고점 대비 50달러 이상 하락했다.

타이 웡 독립 금속 트레이더는 로이터에 에너지 가격 상승과 함께 채권시장이 초기 상승분을 반납하면서 금속 가격이 다시 압박을 받았다며 근원 PCE 둔화로 10월 금리 인상 가능성이 크게 낮아졌음에도 금에는 실망스러운 거래일이 됐다고 평가했다.

국제유가 상승도 금리와 금 시장을 연결하는 변수였다. 로이터에 따르면 미국과 이란의 전쟁 종식을 위한 협상이 교착 상태에 빠지면서 유가는 9월 큰 폭의 월간 상승을 향했다. 11월물 브렌트유는 0.92% 오른 배럴당 103.53달러에 결제됐다. 높은 에너지 가격이 인플레이션을 다시 자극할 경우 연준의 긴축 기조가 예상보다 길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장기금리 상승과 금 가격 하락 압력으로 연결됐다.

시장 시선은 고용으로…’낮아진 물가 vs 강한 경기’ 공방 지속

이날 채권과 외환 금 시장을 관통한 핵심은 예상보다 낮은 물가가 연준의 즉각적인 추가 긴축 가능성을 낮췄지만 미국 경제의 강한 성장세까지 약화시킨 것은 아니라는 점이다.

시장의 다음 초점은 다음 달 2일 발표되는 9월 미국 고용보고서다. 시장에서는 9월 비농업 신규 고용이 8만4000명 증가했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앞서 발표된 ADP 민간고용이 시장 예상보다 강하게 나온 만큼 공식 고용지표까지 예상치를 웃돌 경우 장기 국채금리가 다시 상승 압력을 받을 가능성이 시장의 주요 변수로 거론된다.

PCE 발표 직후 시장은 물가 둔화를 반영해 국채금리 하락과 달러 약세, 금 강세로 반응했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면서 강한 경기와 고용 유가 상승에 대한 경계가 부각되자 10년물 금리는 5.289%까지 올라섰고 달러인덱스도 101.131로 상승했다. 달러·원 환율은 1356.53원으로 올라 원화가 약세를 나타냈으며 금은 온스당 4157.52달러로 하락했다.

결국 9월 마지막 거래일의 가격 움직임은 물가 둔화만으로 연준의 긴축 부담이 완전히 해소되지는 않았다는 시장의 판단을 보여줬다. 단기 금리에는 10월 인상 가능성 하락이 반영됐지만 장기금리는 성장과 에너지발 인플레이션 위험을 가격에 반영했다. 오는 2일 고용보고서가 예상보다 강할 경우 이 같은 장단기 금리 차별화가 이어질지 여부가 채권과 달러, 금 시장의 다음 방향을 결정할 핵심 변수가 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