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이달초 162조원 규모의 미래대응기금을 중심으로 사상 최대 규모의 내년도 예산안을 발표한 가운데, 미래대응기금이 사실상 국가채무와 다르지 않다는 지적이 나왔다.
미래대응기금의 여유자금 적립액이 104조4000억원인데, 내년도 국가채무 증가액 106조원과 같은 수준이라 ‘빚내서 여유자금 쌓는 것’과 같다는 논리다. 또 미래대응기금의 140개 세부사업 중 직접 성과관리 대상 사업이 ‘0개’라는 비판도 제기됐다. ‘타부처 수행사업’이라는 사유로 ‘성과관리 비대상’으로 분류됐다는 것이다.
9일 국회와 재정학계에 따르면, 김우철 한국재정학회장은 10일 국회에서 국민의힘 박수영 의원이 주최하는 미래대응기금 관련 긴급토론회에서 이런 내용을 담은 ‘2027년 예산안 검토:미래대응기금을 중심으로’를 발표한다.
정부는 2027년도 예산안에서 총지출 820조9000억원, 관리재정적자 3조1000억원, 국가채무 증가액은 106조원을 편성했다. 김우철 한국재정학회장은 발표 자료에서 “정부 전체를 하나의 대차대조표로 본다면, 적자가 거의 없는 해에 채무가 106조원 늘어나는 이유는 미래대응기금 적립금 단 하나”라고 지적했다.
그는 국가채무(D1) 적자는 2026년 107조8000억원이었는데, 내년에도 비슷한 크기(106조원)만큼 늘어난다며 “ 두 숫자가 동시에 성립하는 이유가 이번 발표의 출발”이라고 설명했다. 국가채무(D1)는 정부가 직접적인 상환 의무를 부담하는 실질적인 나랏빚으로, 중앙정부 채무와 지방정부 순채무를 합친 것이다.
추가경정예산을 집행하기 전 올해 국내총생산(GDP) 대비 국가채무는 51.6%였다. 추경을 통해 1조원 국채를 상환하면서 50.6%로 낮아졌다. 정부는 내년 예산안에서는 이 비율이 48.3%까지 낮아질 것이라고 발표했다.
이에 대해 김 회장은 “‘본 예산 대비 비교는 관행이라고 설명하지만 (추경 전 2026년 대비)채무비율 3.3%포인트 하락’은 같은 잣대가 아니다”며 “2026년 비율은 지난해 9월에 전망한 GDP로 계산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같은 잣대를 놓는다면 2026년 GDP 대비 국가채무는 46.9%이고, 내년 전망으로 내놓은 48.3%는 오히려 비율이 1.4%포인트 올라간다는 지적이다.
이런 상황에서 미래대응기금의 여유자금 104조4000억원을 빼면 GDP 대비 국가채무는 45%로 내려간다는 게 김 회장의 주장이다. 기금이 GDP 대비 국가채무의 3.3%포인트를 차지한다는 뜻이다. 김 회장은 “전년도지표를최신GDP로 다시 계산해 함께 적는 규정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발표 자료에선 정부가 미래대응기금 중 45조원을 편성해 진행할 총 140개 세부사업에 대한 분석도 이뤄졌다. 박 의원실과 김 회장의 분석에 따르면, 140개 사업 예산 중 자본형성과 인적자본 투자 등 미래대응기금 취지에 맞는 비중은 42%에 그쳤다. 경상이전과 현금성 지원, 지방 일반재원 등이 40%에 달했다. 총합 18조3000억원에 이르는 61개 사업은 기존 사업의 이관으로 파악했다.
문제는 성과관리 대상이 전무하다는 것이다. 기획예산처 성과계획서에 따르면, 140개 사업 중 성과관리 대상으로 지정된 사업은 0개였다. 예산처는 ‘타부처 수행사업’을 사유로 제시했다. 그러나 잠재성장률 기여, 인력 양성 등 ‘미래대응’이라는 합당한 목적을 두고 구체적인 지표 설정이 없다는 비판을 나올 가능성이 높다. 이에 대해 토론회를 주최하는 박 의원은 “예산처가 타부처 사업으로 미루고 성과관리도 제대로 하지 않는다면 미래대응기금으로 따로 사업을 분류하고 예산을 편성할 이유도 없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140개 세부사업의 상당수가 정부가 강조한 미래대응 취지와도 맞지 않았다는 지적도 나왔다. 전남광주 이관사무 지원(6500억원), 농어촌 기본소득(1조1658억원), 한전 출자(5000억원), 행정통합 인센티브(2조8500억원) 등 규모가 21조7000억원에 달한다는 분석이다. 박 의원은 “현금성 지원과 기존 예산의 이전, 금융시장과 공기업 재무지원 등 굳이 따로 미래대응기금으로 편성할 필요 없는 예산”이라고 우려했다.
김 회장은 미래대응기금의 목적은 타당하지만, ‘설계의 정합성’과 ‘재정건정성 관리’ 측면에선 부정적이라는 의견을 제시했다. ‘설계의 정합성’ 부분에선 △안정화와투자기능의충돌 △준칙부재 △사업의 58%가 비자본형성 △성과관리 0건 △차입으로 조달한 적립 등이 근거로 제시됐다. ‘재정건정성 관리’부분에선 △호황기 채무 감축 없음 △지속 가능한 지출 수준 아님 △지표개선은 세수와 GDP 전제가 만든 것이라고 분석했다. 다만 완충 재원을 명시적으로 둔 점은 2022~2023년보다 투명하다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예산안 총량 측면에서 △2026년 지표의 최신 GDP 기준 재산정 병기 △반도체 가격 일정 수준 하락 시 세입·GDP·수지 경로 제출 등을 국회 심의에서 요구돼야 한다고 제언했다. 또 미래대응기금법과 관련해선 △여유자금 상·하한과 인출 규칙 법정화 △2028년 이후 적립 전망과 추가세수 산출 근거 제출 등이 이뤄져야 한다고 제시했다.
한편 이번 토론회엔 김 회장과 함께 송헌재 서울시립대 교수, 황상현 상명대 교수, 장혜성 고려대 박사가 참석한다. 박 의원은 “미래세대를 위해 일시적 초과세수는 법에 따라 국가채무부터 갚아야 한다”며 “국회 논의 과정에서 혈세가 함부로 쓰이지 않도록 철저하게 점검할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