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뉴욕증시가 고용 둔화에 따른 금리 인상 우려 완화와 주요 7개국(G7)의 에너지 비축분 방출 계획에 힘입어 상승 마감했다. 특히 반도체주가 강세를 보이면서 국내 증시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지 관심이 쏠린다. 다만 국제유가와 미국 국채 금리가 다시 반등하는 등 시장 불안 요인이 여전해 연휴 이후 국내 증시가 강한 상승세를 이어가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2일(현지시간) 뉴욕증시에서 다우존스30 산업평균지수는 전 거래일보다 0.49% 오른 5만1176.96에 거래를 마쳤다.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지수는 0.73% 상승한 7722.72, 나스닥종합지수는 1.19% 오른 2만7190.86에 마감했다. S&P500과 나스닥은 지난 9월 21일 이후 9거래일 만에 가장 큰 상승 폭을 기록했다. 특히 기술주 중심의 매수세가 두드러지면서 필라델피아 반도체지수는 2% 넘게 상승했다.
투자심리를 되살린 핵심 요인은 미국 고용지표와 에너지 공급 확대 기대였다. 미국 노동부에 따르면 9월 비농업 부문 신규 고용은 2만9000명으로 시장 예상치인 8만4000명을 크게 밑돌았다. 7~8월 고용 수치도 하향 조정됐으며 실업률은 4.2%로 소폭 상승했다. 고용시장의 둔화가 확인되면서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추가 금리 인상에 나설 가능성이 낮아질 것이라는 기대가 커졌다.
G7의 원유와 경유 방출 계획도 시장에 긍정적으로 작용했다. G7은 향후 4개월간 국제에너지기구(IEA)를 통해 원유와 경유 등 총 1억 배럴을 공동 방출하기로 합의했다. 초기 20일 안에 상당량의 경유를 우선 공급하는 방안도 포함됐다. 중동 정세 불안으로 급등한 에너지 가격이 안정되면 인플레이션 압력이 완화되고, 통화정책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는 기대가 반영됐다.
그러나 시장의 낙관론은 오래가지 못했다. 국제유가는 G7의 공급 확대 계획에도 다시 상승세를 나타냈다. 브렌트유는 배럴당 102달러를 넘어섰고, 한때 88달러대까지 하락했던 서부텍사스산원유(WTI)도 91달러를 웃돌았다. 중동 전쟁에 따른 공급 차질 우려가 여전히 시장을 압박하고 있다는 의미다.
미국 국채 금리도 반등했다. 고용지표 발표 직후 하락했던 미 10년물 국채 금리는 장중 한때 5.176%까지 떨어졌지만 이후 5.273%로 상승했다. 30년물 금리 역시 5.623%를 기록하며 하락분을 상당 부분 되돌렸다. 고용 둔화가 연준의 긴축 우려를 낮추는 요인이지만, 지정학적 위험과 물가 불확실성이 장기 금리의 하락을 제한하고 있는 셈이다.
국내 증시는 사흘간의 연휴를 마치고 6일 화요일부터 거래를 재개한다. 연휴 직후 시장의 최대 관심사는 삼성전자의 3분기 잠정실적이다. 삼성전자는 오는 7~8일께 실적을 발표할 것으로 예상된다. 앞서 지난 1일 공개된 미국 마이크론의 실적에 이어 삼성전자까지 시장 기대를 웃도는 성적을 내놓는다면 반도체 업황 개선에 대한 신뢰가 높아지고 국내 증시의 상승 동력으로 작용할 수 있다.
특히 인공지능(AI) 투자 확대에 따른 고대역폭메모리(HBM) 수요와 메모리 가격 회복 흐름이 반도체 기업들의 실적에 얼마나 반영됐는지가 관건이다. 삼성전자의 실적이 시장 기대를 충족할 경우 반도체 대형주를 중심으로 외국인 투자심리가 개선될 가능성도 있다.
다만 실적 기대만으로 국내 증시의 추세적인 상승을 장담하기는 어렵다. 이란 전쟁을 둘러싼 지정학적 불확실성이 국제유가와 글로벌 금리를 자극하고 있는 데다, 국내 증시에서도 뚜렷한 매수 주체가 나타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 증시의 반등이 국내 증시의 단기 투자심리를 개선할 수는 있지만, 유가와 금리의 재상승이 이어진다면 상승 폭은 제한될 수 있다.
결국 연휴 이후 국내 증시는 삼성전자를 비롯한 반도체 기업들의 실적 모멘텀과 국제유가·미국 국채 금리의 움직임 사이에서 방향성을 탐색할 것으로 보인다. 미국 기술주의 강세가 국내 반도체주로 이어질지, 중동발 물가 불안과 수급 부담이 상승세를 제약할지가 이번 주 증시의 주요 관전 포인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