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9일(미국시간)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와 이어지는 시장 반응에서 최고의 화두는 ‘자경단(Vigilante)’이다.
자경단은 국가·공권력의 공백 속에 민간·사적 제재를 가하는 사람이나 집단을 뜻하는 단어다. 누가 범죄를 저지른 것도 아닌데 웬일로 등장했을까 싶지만, 자본시장에서 의외로 새롭거나 낯선 개념은 아니다.
7월 FOMC에서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고물가(범죄)를 잡기 위해 금리를 직접 변동시키거나 통화정책 방향을 예고(공권력 동원)하지 않고, 채권시장 참여자(자경단)들이 시중금리를 올려 대응(사적 제재)하자 자경단이란 표현이 소환됐다.
FOMC 기자회견이 끝난 뒤 채권시장에서 장단기 금리차가 크게 확대된 게 자경단 활동을 적나라하게 드러낸다. 연준이 적기·조기에 기준금리를 올려 물가상승률을 잡을 것이란 기대가 꺾이며 단기채 금리는 잠잠했는데, 고물가 우려는 점증하는 탓에 장기채 금리가 급등한 것이다.
이런 시장 상황을 접한 현지 전문가들은 “비질란테가 활동하기 시작했다”는 평을 속속 내놓기 시작했다.
함준호 연세대 국제대학원 교수는 “이외에 정부가 채권을 과도하게 발행해 재정건전성·물가지표가 악화할 때, 시장에서 채권을 매도하며 금리를 높이는 것도 ‘비질란테’의 사례”라며 “당연히 시장 참여자들이 물가나 재정건전성을 걱정해 그러는 것은 아니다. 수익률을 좇다 보니 자연스레 그렇게 되는 것”이라 설명했다.
케빈 워시 신임 연준 의장의 취임 후 완전히 새로워진 소통방식에 시장이 혼란을 겪으면서도 나름대로 적응해내고 있다는 게 함 교수의 평가다.
매일경제신문의 프리미엄 재테크 플랫폼 ‘매경플러스’는 함 교수와의 인터뷰를 통해 연준의 달라진 모습과 향후 미국 통화정책방향 전망을 논의했다. 그는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과 한국금융학회 회장을 역임한 국내 최고의 통화정책 석학이다. 최근 출간한 저서 ‘금융안정과 중앙은행 - 개방경제의 현실과 과제’에서는 중앙은행의 통화정책과 금융시장의 상호작용을 분석한 바 있다. 다음은 일문일답.
본래 어원도 그렇고, 금융시장에서 자경단이란 표현을 쓰는 것도 기본적으로는 부정적인 의미를 갖고 있다. 중앙은행이나 정부가 상황을 통제하지 못하는 상황이 전제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번 자경단 활동은 오히려 중앙은행의 통제력이 높아지는 과정이어서 긍정적으로 해석된다.
워시 의장이 밝혔던 것처럼 그간 연준은 상세한 ‘포워드 가이던스(Forward Guidance·사전 예고)’를 내놔 시장이 지나치게 의존하도록 만들었다. 그 결과 연준이 확실하고 강한 메시지를 내야만 시장이 반응하게 됐다. 그런데 포워드 가이던스를 줄이자 불확실하고 덜 강한 메시지로도 연준이 원하는 바를 이뤄낼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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