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일 금융권에 따르면 5대 시중은행의 가계대출 잔액(정책성 대출 제외)은 지난 7월 한 달간 2조6853억원이 증가했다. 연초부터 7월까지 증가액 6조3821억원 중 7월 한 달 동안에만 2조6853억원(41.8%)이 늘어난 것이다. 이달 들어서만 하루 평균 1000억원대 이상 불어난 셈으로, 총량 관리가 강화되는 와중에도 대출 수요가 좀처럼 꺾이지 않고 있음을 보여준다.

주담대의 경우 지난 5월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유예가 종료하기 전 주택 매매거래가 급증했던 게 대출 잔액 증가로 이어졌다는 게 금융권의 설명이다. 당시 매매계약을 체결한 차주들이 잔금을 치르기 위해 신청한 주담대가 7월 들어 본격적으로 실행되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실제 5대 은행의 주택 관련 대출 잔액(주담대·전세대출 등, 정책성 대출 포함)은 4월에 1조9104억원, 5월에 1조1437억원, 6월에 1조7576억원 늘어나더니 7월엔 2조7955억원으로 증가분이 급등했다.

총량 관리 압박이 커진 시중은행들은 지난달 들어 경쟁적으로 주담대를 조이기 시작했다. KB국민은행이 최대 6억원이던 주담대 한도를 3억원으로 축소하는 강력한 조치를 취한 데 이어 다른 은행들도 대출모집인 접수 중단, 우대금리 축소, 모기지보험(MCI·MCG) 가입 제한 등 대출 잠그기에 나섰다. 다만 이 같은 조치의 영향은 오는 9월 이후에야 잔액 감소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된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접수 시점과 대출이 실제 실행되는 시점과의 시간 차를 고려하면 9월은 돼야 잔액이 감소세로 돌아설 것"이라고 설명했다.

5대 은행은 연말까지 주택 관련 대출을 더욱 바짝 조여 나갈 전망이다. 가뜩이나 주담대가 불어난 데다 애초 금융당국이 대출 유형별로 세분화해 목표치를 부여했기 때문이다. 가령 KB국민은행은 올 한 해 확대할 수 있는 가계대출 잔액 여력이 9092억원인데, 주담대를 4172억원 줄이는 대신 신용대출 등 기타대출은 1조3264억원 늘리기로 금융당국과 협의됐다.

다른 은행들 역시 KB국민은행만큼은 아니지만 주담대 관리에 촉각을 세우고 있어 추가적인 조치도 나올 것으로 보인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통상 연말에 추진하던 대출 제한 조치들을 이미 시행하고 있는 만큼 경과를 지켜본 뒤 추가적인 가계대출 영업 중단 조치를 검토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주담대뿐 아니라 신용대출도 꾸준히 늘고 있다. 특히 마이너스통장이 신용대출 증가세를 견인하고 있다. 마이너스통장의 경우 이미 약정된 한도 내에서 차주들이 꺼내 쓰는 것은 은행으로서 어찌할 방도가 없다. 이에 마이너스통장은 가계부채의 뇌관으로 지목돼왔다.

5대 시중은행의 마이너스통장 잔액은 지난 7월 말 기준 44조1732억원으로, 전월 말 대비 8920억원 늘었다. 5월 1조8428억원, 6월 2조913억원 등 앞선 달에 비해선 증가폭이 조금 둔화했으나 언제든 증가세가 다시 확대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증시 변동성이 극심한 '롤러코스피' 현상이 이어지면서 마이너스통장 차주들의 미사용 한도 인출이 좀처럼 줄지 않고 있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또 다른 시중은행 관계자는 "시중은행들이 경쟁적으로 가계대출을 죄다 보니 이미 뚫어놓은 마이너스통장으로 수요가 몰리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더욱이 마이너스통장 잔액 증가는 아직 '현재 진행형'이다. 약정 금액 내 사용하지 않은 한도가 수십조 원 남아 있기 때문이다. 7월 말 기준 5대 시중은행이 보유한 마이너스통장 한도액은 총 96조5883억원이다. 이 중 차주들이 이미 인출한 금액은 44조1732억원(소진율 45.7%)이다. 나머지 52조4151억원은 기약정 차주들이 언제든 꺼내 쓸 수 있는 것이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증시 출렁임이 이어진다면 마이너스통장 보유 차주들은 미사용 한도부터 사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금융권 관계자는 "대출 셧다운 분위기가 퍼지면서 막차를 타려는 수요가 이어질 수도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