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연일 보험 소비자 보호 강화를 강조하고 있지만 금융당국에 접수되는 보험 민원은 매년 급증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치매·간병보험 등 건강보험 판매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보장 범위가 기존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넓어졌는데, 보험사들이 리스크를 관리하기 위해 보험금 지급 조건을 까다롭게 만들어 소비자가 쉽게 보험상품 구조를 이해하기 어려워지면서 나타난 현상이다. 인공지능(AI) 활용이 늘며 ‘묻지마 민원’도 늘었다는 분석이다.

3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대형 생명보험사 3곳(삼성·한화·교보생명)의 올해 상반기 금융감독원 월평균 민원은 460건으로 집계됐다. 이는 지난해 월평균 370건보다 24% 증가한 수치다. 2024년 월평균 330건과 비교하면 증가율이 40%에 육박한다.

금융당국이 보험업권의 소비자 보호를 핵심 과제로 내걸고 관련 조직과 감독 체계를 강화해온 가운데 감독당국에 직접 제기되는 소비자 불만이 가파르게 늘어난 셈이다. 민원은 보험사에 제기된 자체 민원과 금감원, 한국소비자원 등 대외 기관에 제기된 대외 민원으로 나뉜다. 금감원에 접수된 민원은 분쟁으로 비화할 가능성이 커 보험사들이 예민하게 들여다보는 부분이다.

생명·손해보험협회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기준 전체 생·손보 시장에서 가장 민원(보험사 자체와 대외 민원 포함)이 많았던 보험상품도 보장성보험(건강보험)으로 58%에 달했다. 자동차보험(19%)과 종신보험(11%)보다 3배 이상 많은 수치다.

보험 민원이 늘어난 것은 보험사들이 주력 판매 상품을 기존 종신보험에서 건강보험으로 빠르게 전환하면서 해당 상품 판매가 단기간에 급증했기 때문이다. 치매·간병보험을 비롯한 건강보험 판매가 늘면서 보험 가입자와 보험금 청구 건수가 함께 증가했는데, 확장된 보장과 이에 맞춰 까다로워진 지급 조건 등에 소비자들이 혼란을 겪었고 생각했던 대로 보험금 지급이 이뤄지지 않으면서 불만이 커진 것이다. 특히 암·뇌·심장질환 등 건강보험 관련 진단비·수술비 지급과 계약 전 알릴 의무 위반 민원이 급증한 것으로 알려졌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병원에서 질병을 진단받거나 치료를 받았더라도 약관이 정한 진단 정도와 치료 방법을 충족하지 못하면 보험금이 나오지 않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최근엔 고령화에 따른 간병인보험 관련 소비자 불만이 커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15만~20만원의 간병인사용일당 특약에 가입하는 소비자가 많은데 간병인을 쓰더라도 병원 종류, 간병 형태, 사용 기간 등 지급 조건이 달라 가입자와 보험사 간 해석이 엇갈리기 때문이다.

골절 수술을 받은 부친을 위해 간병인을 고용한 A씨는 보험사로부터 간병인사용일당 지급이 거절됐다. 보험사에서 간병 일지, 입금 내역서, 간병 업체 확인서와 더불어 전화·문자·데이터 등 기지국 내역까지 제출하라고 했기 때문이다. A씨는 “특약 가입 시 시간대별로 간병인의 활동 내용과 사인을 받아야 한다는 내용을 전해 들은 바 없다”고 말했다.

치매보험도 의학적으로 치매 진단을 받았다는 사실만으로 보험금이 지급되는 것은 아니다. 상품마다 지급 기준으로 정한 일상생활 수행 능력(보행·목욕 등)이나 임상치매평가척도(CDR) 점수가 다르기 때문에 치매 진단을 받더라도 진단·간병비 지급이 거절될 수 있다.

보험사들은 모든 소비자 민원이 보험사 잘못만은 아니라는 입장이다. 건강보험 일부 특약은 보험 가입일로부터 1년 이후 보험금을 지급하는 등 면책 기간이 있는데, 이러한 조건들을 세세히 살펴보지 않고 민원을 거는 경우도 있다는 항변한다.

최근엔 생성형 AI 활용이 확산하면서 보험 민원의 새로운 변수로 등장했다. 소비자가 보험 약관과 보험금 부지급 사유를 AI에 입력하면, 민원 문안을 손쉽게 작성할 수 있어 문턱이 낮아졌다는 해석이다. 또 AI의 답변을 기초로 민원을 제기하는데 세부 조건이 달라 결과가 달라지는 경우가 많고 소비자가 이를 받아들이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