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디스플레이 시장이 액정표시장치(LCD)에서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중심으로 전환하면서 기술 격차를 확보하기 위한 기업 간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다. 특히 OLED에서 기술적 우위를 통한 시장 차별화를 추진하는 한국 디스플레이 기업들을 상대로 후발 주자인 중국 기업들이 특허 침해, 인재 유출 같은 일을 벌이자 삼성디스플레이와 LG디스플레이 등이 기술 초격차 사수를 위해 특허 전쟁에 나서는 상황이 이어지고 있다.

4일 업계에 따르면 최근 가장 주목할 만한 글로벌 분쟁은 LG디스플레이와 중국 티엔마 간 특허 소송이다. LG디스플레이는 지난해 6월 티엔마가 LCD·OLED 관련 기술을 침해했다며 미국과 독일 법원 등에 소를 제기했다. 티엔마는 이에 맞서 LG디스플레이 특허에 대해 미국 특허심판원(PTAB)에 무효 심판을 청구하고 독일 법원에 가처분 소송을 냈다.

하지만 미 PTAB가 티엔마의 무효 심판 청구 심판 개시를 거부하고 독일 법원도 티엔마의 소송을 기각하는 등 분쟁이 1년 안에 종료되며 LG디스플레이는 기술 방어에 성공했다. 통상 최소 수년간 이어지는 글로벌 특허 분쟁이 이례적으로 1년도 안 돼 끝난 것은 LG디스플레이와 티엔마 간 압도적 기술 격차 덕분이라는 평가다. 양사 분쟁 종결로 티엔마가 LG디스플레이에 지급하는 로열티는 업계 추산 5000억원 규모로 알려졌다.

이에 앞서 중국과의 특허 전쟁에 먼저 뛰어든 한국 기업은 삼성디스플레이다. 2022년 12월부터 미 국제무역위원회(ITC)와 중국 법원 등에 BOE를 OLED 특허·영업비밀 침해 등 혐의로 다수의 소송을 제기했다.

ITC는 지난해 7월 BOE 측의 OLED 영업비밀 침해를 인정하고 관련 제품에 대해 약 14년8개월간 제한적 수입 금지 명령을 내릴 것을 권고했다. 이후 양사가 지난해 11월 합의서를 제출하며 수년간의 분쟁은 마침표를 찍었다.

중국이 이처럼 한국 디스플레이 기업들의 특허를 침해하려는 것은 아직 글로벌 소비자들을 만족시킬 만한 기술을 확보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한국수출입은행 해외경제연구소에 따르면 중국이 가장 집중하는 스마트폰용 디스플레이 시장에서 한국과 중국의 하이엔드 패널 기술 격차는 3년 수준으로 유지되고 있다.

과거와 달리 한국 디스플레이 기업들이 사업 성장 가속을 위해 중국의 기술 탈취 시도를 더 이상 묵과하지 않겠다는 단호한 의지를 보이면서 한중 기업 간 특허 소송 등 글로벌 분쟁이 심화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지난해 기준 글로벌 주요 디스플레이 기업 중 최대 규모의 누적 특허 등록 건수를 보유하고 있는 LG디스플레이(약 7만335건)의 특허는 한국 기술 유출 방지에도 효과가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업계 한 관계자는 “중국이 유출된 한국 기술로 제품을 만들어도 특허 침해 소송이 제기되면 상대 국가로 수출이 막히게 된다”며 “이는 기술·인력 유출의 경제적 효용을 무력화하는 최고의 방어이자 공격 수단”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