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소기업이 은행에서 대출을 받은 전후로 예·적금 등 금융상품에 가입한 이른바 ‘꺾기 의심거래’가 올해 상반기에만 7조원을 넘어선 것으로 나타났다. 대출을 조건으로 금융상품 가입을 사실상 강요하는 ‘꺾기’를 막기 위한 규제가 시행되고 있지만 의심거래 규모는 여전히 수조원대다.

18일 금융감독원이 박홍배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16개 은행의 올해 상반기 중소기업 관련 꺾기 의심거래는 총 4만3827건, 7조444억원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연간 의심거래 금액 14조210억원의 절반을 불과 6개월 만에 넘어선 규모다.

금감원은 대출 실행일 전후 1개월을 초과해 2개월 이내에 차주가 예·적금 등 금융상품에 가입한 거래를 ‘꺾기 의심거래’로 집계하고 있다. 다만 해당 거래가 모두 금융소비자보호법상 금지된 구속성 판매행위, 즉 실제 ‘꺾기’에 해당하는 것은 아니다.

은행별로는 IBK기업은행의 의심거래 금액이 2조7989억원으로 가장 많았다. 이어 우리은행 1조3122억원, 신한은행 8073억원, KB국민은행 7976억원 순이었다. 기업은행은 지난해에도 5조4779억원으로 조사 대상 은행 가운데 가장 규모가 컸다.

단순 금액뿐 아니라 전체 중소기업 대출에서 의심거래가 차지하는 비중도 은행별로 큰 차이를 보였다. 올해 상반기 금액 기준 비중은 우리은행이 8.07%로 가장 높았고 기업은행 7.86%, SC제일은행 5.06%, 국민은행 4.02%, 신한은행 3.83% 등이 뒤를 이었다.

특히 우리은행은 2023년 4.24%였던 금액 기준 의심거래 비중이 지난해 6.63%를 거쳐 올해 상반기 8.07%까지 올라 약 두 배 수준으로 높아졌다. 기업은행도 2023년부터 매년 7~8%대의 높은 비중을 이어갔다.

건수 기준으로 보면 수협은행의 비중이 15.70%로 가장 높았다. 기업은행이 12.05%, 광주은행 11.12%, 농협은행 10.94%, 국민은행 10.82%로 뒤를 이었다. 수협은행은 2023년 8.75%에서 2024년 11.18%, 지난해 13.54%, 올해 상반기 15.70%로 매년 상승했다.

금융권에서는 중소기업이 개인보다 거래은행과의 관계나 대출 연장·한도 등에 민감할 수 있는 만큼 금융상품 가입이 실제 자발적인 거래였는지를 보다 세밀하게 살필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현행 통계가 일정 기간 안에 발생한 거래를 기계적으로 추출한 ‘의심거래’라는 점에서 실제 구속성 판매 여부를 가려내는 후속 점검도 중요하다는 설명이다.

박홍배 의원은 “‘꺾기’ 관행을 막기 위한 제도 개선이 이어져 왔지만 의심거래는 여전히 수조원대에 이르고 있다”며 “금융당국은 현행 규제가 현장에서 제대로 작동하고 있는지, 제도의 사각지대는 없는지 면밀히 점검하고 감독의 실효성을 높여야 한다”고 말했다.